꿈처럼 헝클어져 허공을 떠도는
흰눈을 그리려고 벼르고 별렀어.
하얀 도화지 펼쳐놓고
겨우내내 허공만 응시했었지.
흩날리는 연분홍 꽃잎으로 그릴까?
쏟아지는 푸르른 별은 어떨까?
얼어붙은 결 고운 하얀 눈물방울은?
점 하나도 못 찍고 망설이다가
한 잎의 눈도 그리지 못한 채
나의 겨울은 꼬리만 남았어.
창문을 닫아도 가슴위로 내리던 눈
순수와 배신이 마주치던 그 길 위에
적선처럼 늘어선 사랑이 즐비했지.
서글픈 한숨이 하얀 눈처럼
송이송이 팔랑거리며
아물지 않은 상처위로 내려앉았어.
내 가슴에 쌓인 눈은 녹지도 않았는데...
그냥 백지로 남은 화폭을 들여다보니
어느덧 흰눈은 형체도 없어지고
녹아 내린 눈물방울 얼룩만 남아있었어.
-----2001년 겨울을 보내며, 별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