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 랑
네가 갈기내어 찢어버린
김소월 시집
채송화 가득핀
여름날 앞마당의 화단에 내리쬐던 햇살
너를 실고 떠나던
매연 뿜는 12번 버스의 뒷꽁무늬
함께 나누어 먹던
팥빙수의 얼얼함
곤색쟈켓과
곤색잠바의 절묘한 어울림
다시 만나 어색하게 나누던
커피의 달콤씁쓸함
네가 끼고 다니며 밑줄긋던
영어사전의 두툼한 무거움
어느 먼날
술한자의 기운으로 토해내던 힘든 네 진심
때늦은 청혼의 아쉬움
함께 나누던
음악감상실의 yesterday 감미론 선율
학원앞 정문에
느티나무처럼 서서 비맞던 너의 고독
어슬픈 교만과 자존심으로
시기를 놓쳐버린 고백의 여운
한묶음의 기억
딱 취할만큼의 국화향기 같은
그런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