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에서
낡은 고깃배를 타고
밤바다 홀로 비틀거리며 나는,
모정으로 어둔 곳을 딛고 가는
내 어머니 속내 닮은 달에게
조심조심 그물을 드리운다.
아프게 제 살을 때리는
파도의 몸부림을 헤아리며...
누구도 가늠할 수 없이 두터운
저 어머니 눈물줄기를 가르고
태어날 빛의 자식.
십일월 이 새벽 한기를 견디며
나는 감히 기대한다
나에게 주어진 양만큼의
황금빛덩어리에서 떨어지는 밝음을...
한발 두발 내딛는,
거짓 없는 시간의 발걸음에
빛은 꿈틀대고,
고해의 의식으로 눈뜨는
붉은 피의 여명.
긴 밤 내내 곁을 맴돌던
우정의 바다갈매기.
내 아픈 기도자락을 물어 올려
신의 푸른 가슴에 안긴 태양 앞에
순백의 날개로 펼쳐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