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났다
한때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그림자처럼 붙어다녔던
그래서 끝내 모든걸 닮고 말았던
너를
수년만에 다시 만났다
서글서글한 눈매는 그대로인데
눈가를 그늘지운
거미줄같은 실선들이 안타깝다
타닥 갈라지는
건조한 그 음성이 애닯다
꼭 빼닮은 눈매의
아이손을 잡고
마른풀꽃처럼 바스락대며
골목어귀에 나타난 더
달려가 손 마주잡고 싶었는데
나는 멍하니 눈부셔할 밖에
말가니 웃는 그 웃음때문인지
햇빛때문인지
잠시 찡그린 눈자위에
한방울 고여오네
고기한점 베어물고
우리는 마주 웃는다
물기빠진 내 피부가
너도 아프던지
서로 찻잔을 마주놓고서
또 '휴' 한숨을 내린다
그래, 그랬구나
세월은 그냥 무심히 흐르지만은않고
너에게 나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 하나쯤
새기고 간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