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개구리 한마리 --
비가 왔다
층계를 내려서는데
엄지손톱만한 청개구리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뛰며
담벼락에 달라 붙어 꼼짝도 안한다
너도 참 안 됐다 싶었는데
되 오니 다시 그 자리에 움크리고 있다
명상을 하듯
추비를 즐기는 듯
상관말고 가라는 듯
이제 여유로이 길을 비켜 주던데
아마 다시 그 자리를 누리고 있을 것 같다
선득이는 한기를 느끼며
외롭다거나 허전타고 청승을 떠는 나보다
한결 의젖하지 않는가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즐길 줄 아는 것 같아
나보다 커보인다
-- 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