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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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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것


BY 봄비내린아침 2000-11-03

모자를 쓰면

햇빛은 가려지지만

너의 강한 눈빛은

투명한 화살처럼 내게 꽂히지


우산을 펴들면

내리는 빗물이야 튕겨나지만

슬픔의 줄기만은 그대로인 걸


털장갑을 끼면

겨울찬서릿쯤은 피할 수 있대지만

풀잎에 맺힌

말간 이슬만은 그속을 파고드는 걸


나는

햇빛부신날 모자를 눌러쓰고

비오는 오후엔 큼직한 우산을 받쳐들고

시린겨울 아침엔 털장갑을 챙기지.


너의 강한 눈빛

네가 주는 외줄기 슬픔

너로하여 묻어나는 이슬방울의 눅눅함

아무래도 피할수는 없지

피할 수 없음을 나는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