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쓰면
햇빛은 가려지지만
너의 강한 눈빛은
투명한 화살처럼 내게 꽂히지
우산을 펴들면
내리는 빗물이야 튕겨나지만
슬픔의 줄기만은 그대로인 걸
털장갑을 끼면
겨울찬서릿쯤은 피할 수 있대지만
풀잎에 맺힌
말간 이슬만은 그속을 파고드는 걸
나는
햇빛부신날 모자를 눌러쓰고
비오는 오후엔 큼직한 우산을 받쳐들고
시린겨울 아침엔 털장갑을 챙기지.
너의 강한 눈빛
네가 주는 외줄기 슬픔
너로하여 묻어나는 이슬방울의 눅눅함
아무래도 피할수는 없지
피할 수 없음을 나는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