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강이라 불러달라지만 넌 이미 강은 아니야.
빛나던 오후 잠수교 위를 걷던 날에도
시멘트 쳐바르고 누워 일어나보려 애쓰던 네가
종신형 받은 죄수처럼 불쌍해 보였을 뿐이야.
밤이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화려한 모습으로
기억해달라지만 누런 바다로 흘러드는
물결 한 자락도 붙잡아둘 수는 없었어.
넌 어느새 서울 주변으로 쓸쓸히 사라져가고
짠내 나는 월미도 바다에 닿는다 해도
쇠주 반 병의 얼큰함을 위한 손때 묻은 배경이 될 뿐
경복궁 덕수궁이 더 이상 궁일 수만은 없듯
너도 이제 더 이상 강만은 아닌거지.
생각해보면 아마도 어느 겨울 밤에 일으키던
그 미친 바람이 너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
그 이후 누워버린 너는 일어서지 못하고
유람선 밑창이나 핥는 서울의 모범수가 되었지.
그러나 오늘,
애써 감았던 눈 부릅뜨고
일어나, 강으로
밤마다 눈물로 달려가 네게 속삭이던 우리들의 꿈을
하나도 남김없이 품고 일어서는 날에야
강으로 돌아와 강으로 살아나리라는 우리의 믿음 그대로
바꿀 수 없는 너만의 흐름이 있다고
끝끝내 일어나 소리쳐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