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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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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당


BY 그린플라워 2024-09-28

몇달 전 학창시절부터 같은교회에 다니고 몇년 전까지 몇달에 한번 정도 만나던 동기들 중 한명이 위암으로 하늘로 갔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연락을 안해줘서 문상을 못갔는데 어제는 친구들이 모여 그 친구가 안치되어있는 분당의 납골당에 가기로 했다.
나는 전날 멤버 중 하나가 종로에서 한옥스테이를 준비 중인데 내 서예작품을 몇개 줄 수 없냐고 해서 전지로 된 사군자 한 점과 반절짜리 서예작품 한 점과 표구 안한 채 둔 작품 세점을 챙겨 갔다.
청주에 사는 친구부부가 종로 3가에 있는 한의원에서 오전에 진료를 받는다기에 한의원으로 다섯명이 모였다.
점심은 노포집 영춘옥에서 곰탕을 먹었는데 다시 가고싶을 정도로 푸짐하고 맛있었다.
비싼 배추김치가 살짝 짰지만 요즘 배추값이 정상이 아니니 그려려니 하고 먹었다.
세시에 납골당에서 합류하기로 한 후배로 인해 남는 시간에 한옥 커피숍에서 차도 마셨다.
납골당에 있는 친구는 저세상 사람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한참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그곳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호수를 낀 공원에 가서 산책과 담소를 나누었다.
저녁식사는 횟집에 가서 가자미회와 전어회, 문어와 백골뱅이를 먹고 식사로는 대구지리를 먹었다.
그러고도 헤어짐이 아쉬워 와인 바에 가서 맥주와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우리가 앞으로 만나봐야 몇십번도 못 만날 거라고 제발 다들 건강하게 살면서 자주 만나자고 다짐을 하고 헤어졌다.
서예작품 들고가느라 작은 가방으로 바꿔들고 가는바람에 약을 잊고 간 나는 많이 걱정했는데 모임이 너무 즐거워 천연도파민이 나와서일까 약 먹은 날보다 더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있다가 한밤중에 친구가 불러준 카카오택시로 쾌적하게 귀가했다.
만나면 밥값 서로 내겠다고 싸우고 서로 더 못해줘서 안달인 요즘 보기드문 귀한 모임이다.
오래도록 잘 유지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