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절벽에 서서
言 直
구월 열사흘날
친구가 날 초대했다
먼 바다가 보이는 동해
어느 절벽있는 곳으로....
희뿌연 바다를 맞이한다
절벽 끝저리 위태로이 한몸 세운체
소금끼 머금은 해풍 폐속까지 닿게하고
부질없는 상념들 지워가며
풍랑이는 동해를 닮는다
파도는 내 발믿둥을 후벼낼듯
거침없이 두들긴다
파도는 잘 훈련된 용왕의 병사 같았다
한줄 밀려와 부수고
한줄 또 한줄씩
병사들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빗물은 내 등짝을타고 내린다
살거죽 안과 밖의 온도가 같아짐을 느꼈다
머릿속은 텅비어져 맑아옴을 안다
절벽 그 아래
동해물 위로 비행하고 싶었다
날개는 비에젖어 펼수 없어
동해물 먼 곳의 잔영을 동공에 찍어두고
용사들 함성 뒤로 들으며
되돌아 선다
우산 받쳐든 친구의 엷은 미소를 읽는다
건네 잡는 손끝으로 내몸 덥히고
뜨거운 찻 기운으로 검푸른 입술색 바로잡아
일상으로 얹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