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하루 중에서
아이들이 많지 않은
시골 목장에선
사내고 계집이고
두 세 살차이 쯤은
모두가 다 친구들이다
사내아이들은 푸른 초원을
마구 쏘다니며 노는데
이력이 났는지
칼 싸움하자고 달겨든다
계집애들은 어쩔 수가 없다
맞고 있을 수 없기에
악다구니 부려가며
맞써 싸우면서도
어느결에 킬킬 웃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계집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흙을 파서 밥을 짓고
풀잎 뜯어 국 끓이는
소꿉놀이가 시작된다
아빠, 엄마 그리고
나이가 제일 작은 계집아이는
애기가 되어서
그러나 사내아이들은
소꿉놀이를 오래 하지 못한다
온몸이 근질근질 한 까닭일거다.
가까운 산 정상에 먼저
오르는 내기를 하잔다.
새끼줄은 동아줄로 여기고
가파른 산길 따라 걸어가다
바위 위를 기어 오르기도 하고
나무, 풀 뿌리를 붙잡고서 올라서서
계집애들을 끌어당겨줘 가며
몇 바퀴 뒹굴기도 하면서
씩씩거리며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드디어 힘찬 소리로 야호!
먼저 다다른 아이는
역시 덩치가 가장 큰 사내 아이다
계집애들도 덩달아 큰 소리로 외치고
처음으로 정상에 올라선 아이들의 입에선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의
아득함을 배우며 탄성을 자아낸다
점심도 거른 채
어찌 어찌 다녀 왔는지
해거름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선다
텃밭을 일구고
돌아오신 어머니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
찾으러 나가시고
걱정하시며 서성이시던 할머니는
집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의 몰골에
여기 저기 드러난 상채기만 바라보시며
한숨 지으시다
이내 쑥을 짓찌어
상처에 발라 주신다
“얼매나 아팠을꼬.. 쯔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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