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은 습자지에 물이 배어들듯이 그렇게 조금씩 나를 침장시켜가는 고독이 있다. 메마른 소도시의 잠들지 않는 정적처럼 한뼘쯤 남아있는 그런 고독. 내가 그리고 당신들이 버리고간 울지않는 회한의 그림자마저 아무런 저항없이 마멸시키는 고독. 어쩌면 그것은 길고 긴 기다림인지도 모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