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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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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날


BY 이진희 2000-08-22


임찬일 님

오죽하면 우리 시골 엄마가 선풍기를

다 꺼내다가 틀었을까

전기세가 무서워서 여름에도 떨던 그 양반

마당이 불볕에 타는 날이면 겨우

살대 부러진 부채나 할랑할랑 젖가슴에 부치던

그 어지간한 양반

좀더 젊은 날엔 눈치껏 뒤란에 숨어

어깨 너머로 찬물 바가지를 쫙쫙 끼얹는 걸로

여름을 참으시던 우리 엄마

어찌나 더운지 강풍을 눌렀더니만

선풍기도 나같이 늙었는지 털털거린다며

혼자서 푹 푹 가슴속을 삶는 말씀

얼렁 비가 와야 쓰것는디!

내 고향 사투리같이 후두둑 후두둑

소나기가 왔으면

소나기가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