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자욱이 남지 않는 길을 걸어 간다.
무수히 지나온 길 발자욱은
이도시 넓은 길에 사라진지 오래 건만...
마음의 청순(淸純)은 오월의 신록(新綠)처럼
푸르게도 새겨져 왔다.
아 ~ 사랑 그리워 지친 발 걸음 따라
흔적을 스스로 지우며 방랑자가 되고
회색 빛 가득한 우울한 이도시에
몸둘곳 없어 외로워 하며...
그리움의 기대와 외로운 정신을 양 발에 묶고
자욱이 남지 않는 그런 길을
비와 함께 걷는다.
대둔산 뒷편 이월의 잔설(盞雪)이
아마도 비가 되어 내 몸을 적시는
빗물이라 여겨 본다.
어차피 피하지 못하는 육신의 형체가
이자리를 벗어 나지 못하건만
상상 없이는 넘나 들지 못하는
그 젊은 날에 내가 되어
차가운 잔설의 빗물에 씻기우며
그 느낌을 나는 얻어 낸다.
그리움... 외로움... 아 ~ 사랑을 적셔 내려
님이계신 그 곳에 무사히 가련지...
행여 그리운 그님 발걸음에
적셔 지지나 않았을까!
청순 사랑이 있기도 할 진데
흑백으로 우리의 인생을 재어 보는 자들은
사랑이 하나 뿐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