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도 건재하였다.
날카로운 금속성 파장을 그리며 그대 창가에 부딪쳐
떨어지는 푸른 잎, 그 아래 펼쳐진 어두움이 두려웠다.
근원을 떠난 잎이 그대의 낮은 기침소리 위에 잠시 머물러
나는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희미한 창 불빛을 세로로 나누며 떨어지는 잎 하나
내 가슴에 부딪치며 그대 한숨같이 바스락거렸다.
달빛에 이슬 내리는 그대 창 밖은 광막히 비어있는 나라
내 영혼 발소리 죽이며 밤새 머물러도
그대 꿈 위로는 발자국 하나 남지 아니하고 바람이 지난다.
눈 앞이 흐려진다. 그립다 그대. 창문을 열어라.
나는 그대 잠 속에 들어가 꿈이 되고 싶다.
희미한 새벽 여명에 발걸음 흔들리고 한 줄기 바람에도 멀미하던 그대,
침묵 속에서 말하는 미더운 역사는 우리를 잊었다.
바람이 아직은 거부하는 잎들을 재촉하고 있다. 외롭다.
새벽을 위해 밤은 더욱 어두워 지고 그대 창 불빛이 희미해 진다.
어쩌면 내 영원히 다가갈 수 없는 삶의 피안으로 남아
내 영혼에 깊은 생채기로 새겨질 그대는
내 기도의 가장 불안한 형태로 흔들리는 영혼.
더 이상 떨어질 잎새하나 남지 않은 마음으로 돌아서며
뒤 돌아 보지 않기로 한다.
그대 낮은 기침소리 내 발걸음 뒤에 남아도
우리가 말했던가… 항상 너무 늦은 우리의 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