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 이 정 하 -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피해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 보고도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도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 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 때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