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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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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BY 튼튼 2011-04-26

2000년생 우리 미르.
나이는 열한살.
하지만 우리 미르는 올해, 세살입니다.
재작년, 11월에 미르는 자궁축농증 수술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다시 저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 지금도 저는 그런 날을 대비해서 작은 각오 같은 하곤 합니다.
언젠가 미르가 그날처럼. 그날처럼. 언젠가는 그런 기로에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미르를 '잘 보내야지' 라고 다짐합니다.
노령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걱정을 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강아지들은 평균수명이 길지 못할까?' 라고요.
저희 가족들은 농담으로 분명! 수명연장의 꿈을 이뤄줄 신비의 알약이. 조만간 강아지들을 위해서 출시될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실은 지금의 우리들의 시간에 감사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큽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애완을 넘어설 때가 곧 오곤 합니다.
세상에 이 만큼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고, 나를 믿어주는 눈빛을 보내는 이가 몇이나 될까요?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사랑스럽습니다.
노후에 외곽에서 펜션을 하시는 지인분은 든든한 자식을 둔 것 같다는 표현을 하시곤 합니다.
그 맑은 밤하늘 같은 눈빛은 아마도 반려동물들의 특권인듯 할 때가 있습니다.
골목길에 버려져 세상이 지겨울듯한 유기동물들의 눈빛도.
내가 마음만 열면 너무나도 순수한 눈빛을 보내주곤 합니다.
고양이의 눈이 무섭다고요?
인간이 만들어낸 편견입니다.
저는 세상을 살면서 이런 동물들의 눈빛을 닮은 사람의 눈빛을 몇 만나지 못했습니다.
제 눈빛도 그러합니다.
의심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게 저희 미르의 눈빛은 기대고 싶게 하곤 합니다.
말을 하지 않지만 온 몸으로 말을 하고, 말을 알아 들을 수 없을 것 같지만 깊은 마음 속 말까지 알아 듣는.
이 녀석.
강산이  한번 바뀌는 세월을 산 연륜으로 집 안 관계는 물론 친척 관계에 개인적인 친분관계까지 여러 인연을 만들어 가고 있는 나름,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 미르.
열한 살 미르에게는 나이에 맞는 관리도 중요해서 가장 먼저는 치아, 정기검진, 심장사상충과 광견병 약 챙기기^^:, 사료는 알 작은 다이어트 사료, 마사지도 해주고, 저녁이면 아파트 앞 도보로 30분 정도 가볍게 운동하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을 마주칠때마다 장난 걸어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들도 장난을 걸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장난을 유독 좋아하는 아빠와는 신나게 놀기를 좋아합니다.
노령견이 체력이 약해져서 잠만 자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몸이 늙어가는 것 뿐인걸요.
그 어느때처럼 눈빛은 '나와 놀아주세요' 라고 라고 준비되어 있습니다.껑청껑충. 뛰지 않아도 눈빛 한 번 마주치고 손가락 하나로도 충분히 그 마음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노령견을 식구로 그리고 앞으로 식구로 살아가야할 분들이 이런 점 체크해주시길.
 
재작년 미르가 수술 받기 전, 3주전에는 저희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저희와 평생을 같이 하고 미르와도 평생을 같이 하던 우리 할머니.
할머니가 살아 생전에 친손녀처럼 키우던 이 녀석을 두고, 할머니는 내가 죽으면 이 녀석도 내 뒤에서 나를 배웅하게 해라. 라고 우스개 소리로 하셨는데.
정말. 미르는 할머니 운구차 뒤에서 같이 할머니 가시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개를 장례식장에 데려가면 안된다고 했지만 할머니가 아홉해를 마음으로 키운 이 녀석을 개라고 데려가지 말아야했을까요?
그 어느 손자.손녀보다도 할머니를 웃게 해주었고 이 녀석이야 말로 할머니가 마지막 보고 싶은 녀석은 아닐까 했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새벽이면 화장실을 대여섯번 왔다갔다 하셨어요. 그러면 이 녀석은 할머니 옆에서 자다, 할머니가 깨면 화장실까지 따라가서 그 앞에서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다 할머니가 너무 늦게 나오면 노크를 했어요.
할머니가 품에 안고 자고 싶어하던 이 녀석은, 할머니 영정사진 앞에서 오열했습니다.
몸을 부르르...부르를...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데리고 나가야겠다.라는 걱정에 보니 그 앞에서 부르르...떨던 미르는, 아마도 할머니가 들것에 실려 집에서 나가 던 모습을 보고 알았을 겁니다.
그 후, 식욕이 없어지고 잠만 자더니 일주일후, 자궁축농증이 급성으로 오고 말았어요.
고령의 나이라 마취가 위험하다고 했지만 아마도 저희는 할머니가 미르를 지켜주실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르가 다시 건강을 찾던 그 해부터 한 살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3살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너무 감사해서 저희는 두 이름으로 기부를 합니다.
조미르와 한귀례.
호적에는 올라가 있지 않지만 아빠가 인정한 막내딸 조미르.
이름이 잘 불러지지 않았던 우리 할머니의 이름. 한귀례.
로 유기견단체와 노인단체에 기부를 합니다.
그게 저희가 두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사랑의 말입니다.
우리가 그 동안 나눠왔던 이야기들을 어떻게 다 풀 수 있겠어요.
다만, 서로에게 고마워 하고 있는 중이라고.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가족임을.
저희와 행복한 반려를 하고 있는 저희집 미르를 소개해봅니다.^^
그럼 글 읽는 분들도 꼭. 그 감동을 받아보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