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부지런히 사는 이 사람,
친구로만 10년, 부부로 13년을 함께 하고 있네요.
큰 집 타령을 하는 아내의 잔소리를 온몸으로 막아보려 안간힘을 씁니다.
일요일이면 집안일에 도배까지 손수 하고 나섭니다.
작지만 따뜻한 우리 보금자리를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이지요.
스파에서의 하루가 허락된다면 당연 저와 함께 할 사람으로 지목된
행운의 사나이랍니다.^^
한 동안 아이 키우느라 그 이쁜 모습 담느라 언젠가부터 둘만의 사진이 없다는걸 알았지요.
그러다 가족사진이 필요하다는 아들 말에 애써 가족 사진 몇 장 찍어 두고는,
또 그렇게 둘이 함께한 모습은 사진에서 찾아 보기가 어려웠다지요.
불혹의 나이를 넘어 서고서야 서서히 다가가는 이 마음, 뭘까요?
애써 끌어 당겨다가 사진을 찍습니다.
맞잡은 손으로 그의 점퍼 호주머니 속을 탐색하는 일에도 재미를 붙였습니다.
여력이 없어 못싸운다지만 사실 양보하는 법을 조금은 배웠나봅니다.
집안의 어려운 일에 발벗고 나서는 남편을 향해 당연한 마음보다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진정 부부로 살아가는 첫 발을 내딛었나 하는 생각을 요즘 하게됩니다.
제가 준비했던 빼빼로 데이 잠깐 소개하면요,
1. 재료로는 빼빼로 한 통이 다였으니 단돈 700원요^^
2. 가까이에 있는 로티보이 매장에서 개별 포장된 일회용 빨대 열 한개를 말 잘해서 얻어 오구요~
3. 빨대 끝을 잘라 빨대는 따로 챙겨두고 대신 빼빼로를 넣어 잘 봉한답니다.(불로 사알짝~~)
4. 낱개 포장된 빼빼로 열 한개 탄생, 이렇게 만들어진 빼빼로 어디쓰냐고요? 밑줄이랍니다.^^
언젠가 남편과 함께 부부강좌에 참석했다가 정말 진땀 뺀 적이 있었답니다.
각자 서로 배우자의 칭찬을 종이에 쓰라는 내용이 있었지요.
얼마나 고민을 해야했는지 막상 떠올리자니 정말 지긋지긋하게 싫은거 미운거만 잔뜩 떠오르니.....
세 개를 넘지 못하는 칭찬 스토리에 한숨만 쏟아 냈던 기억입니다.
얼마나 칭찬에는 인색하고 지적하고 체크하는데만 익숙했는지 알겠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빼빼로 데이에는 남편의 칭찬할 점 열 한가지 아래로 빼빼로를 밑줄 삼았습니다.^^
사실 단점이나 미운점을 적으라면 지금도 100줄을 넘길만 하건만,
결혼 10 여년을 지내고 보니 장점 한 가지에 단점 열 가지가 묻어지더군요.
사소한 거 하나라도 애써 칭찬하고자 하니 그것도 좋은점이 되는 듯 하구요.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지만 재미로 봐주실거라 여기고 ^^
요렇게 돌돌 말아서 끈으로 리본 묶어 양복 안주머니 속에 쏘옥 넣어 두었지요.
한 줄씩 읽어 내려가며 밑줄도 하나씩 뜯어 먹을거 생각하며 살짝 행복해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