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풀꽃
루이스 글릭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마음 챙김의 시>중 류시화 시인 옮김
루이스 글릭은 202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인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어느 해 보다도 길게 느껴질 겨울을 지나고 있는 이때 시인의 목소리가 고맙게 다가옵니다.
*눈풀꽃(snowdrops) 은 이른 봄 땅속 구근에서 피어 올라오는 작은 수선화처럼 생긴 흰 꽃으로 설강화라고도 하며 정식 명칭은 '갈란투스' 로 알뿌리 식물 중에서는 가장 이르게 개화하는 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