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가닥 거리는 소리에 눈을 가늘게 떠보니 그가 내 은장도를 가지고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었다 '일어 나야지' 하면서도 자기 의지로 태어난 아기가 보고 싶어 다시 꿈으로 찾아 들었다. - 아기의 첫 돐 잔치- ' 두 엄마와 두 아빠가 있다. 아기는 실꾸러미를 집어 엄마에게 주었다. '오! 오래 살겠구나.' 사람들이 웃으며 손뼉을 친다. 고모가 내 앞으로 연필과 책을 슬그머니 밀어 준다. 나는 책을 집어 들어 엄마에게 보여 주려 했는데,엄마는 밖으로 나간다. 밖은 어둡다. 그 뒤를 따라 아빠도 나가 버린다. 턱시도를 입은 화동 아이가 , 어둠 속으로 계속 풀려 나가는 실을 은장도로 끊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는 그 아이를 도우려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고모는 그럴수록 나를 더욱 껴안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만 일어나세요. 곧 상주 역입니다. " 그가 웃으며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났지만 왠지 꼼짝 할 수가 없다 .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하며 안아 일으켜 주었다. '그의 품은 따뜻하다. 어지러운 꿈은 호수 밑의 수초 속에 가두어 버리자' 생각하며, 그가 차려논 밥상을 보았다. 이곳에서 참 다양하게 쓰이는 바둑판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감자 조림' '감자 국' '감자 채 볶음' ' 감자 부침'으로, 어제 쓰고 남은 감자가 온갖 변신을 하여 감자의 모든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문 밖에는 지난밤 회오리에 명을 다한 나무 가지들이 드럼 통 안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어, '혹 배에서 쓰는 노나 마스터를 가져다 때는 게 아닌지 걱정 되었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한 '2-3일 더 묵어도 되지 않을까/ 말 잡으면 경마하고 싶다'는 심정이 살짝 들었다. 아침 상을 물린 후 , 귀살적은 꿈을 떨치려, 나는 그를 이끌고 우리 팀의 배 '승선'이를 찾아 선미에 걸터 앉았다. 햇빛은 얼음 호수 위를 반짝이는 <겨울 왕국>으로 만들어 놓으며 간 밤에 보냈던 눈들과 희롱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날빛을 쫓아 옮겨 앉으며 "세월 좋아지면, 나도 선 블락 크림 광고 한 번 찍을거야" 농담을 하니, 그가 "크림은 제대 후에 사는 걸로 하고 가상 광고는 지금 찍어 보자"며 웃었다. 내가 돚이 내려진 껑충한 마스터를 붙잡고 서면 그가 무릎을 꿇고 , 건네 주는 돌멩이 화장품을 받아들면서 황홀한 미소를 지어야 하는데 매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광고 촬영은 싶패로 돌아가도 첫 사랑에 들떠 유치함이 재미있는 남녀는, 담요를 둘러 쓴 달달한 <호수 위의 연인>을 연출하였다. 드럼 통 안에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 들어가는 꽃불에 볼을 빨갛게 익히고 있던 내게 그가 다가와 " 이 은장도와 교환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하며 닻모양이 새겨진 상자 뚜껑을 열자 'Happy Birth Day' 가 쓰여진 돚이 활짝 펼쳐지며 돚 꼭대기에는 조그만 남자와 여자가 매달려 수평선 너머를 보고 있는 듯 하고 아래에는 빨간 해먹이 흔들거리고 있는 앙증맞은 은빛 배가 조심스럽게 모습을 들어 내었다. 이렇게 하여 중학교 수학 여행 이 후로 가지고 있던 '單心刀' 와 "까치호'라고 쓰여져 있는 나의 요트 교환식이 이루어질 때, 은빛 찬란한 호수 위에서 두군거리는 우리의 심장 소리가 너무 커, 발 밑에서 흐르는 수초의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호수의 얼음이 두껍게 얼어, 배 밑창에 날을 끼우고 윈드 요트를 타려는 사람들이 들어 오기 전에, 두 젊은 연인은 손들 바람이 잦아든 숫 눈길을 밟으며 눈 꽃이 핀 가로수 사이를 손을 꼭 잡고, 여자는 계속 조잘 거리고 남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때로는 하늘을 쳐다 보며 크게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얼음 웅덩이가 나오면 여자를 번쩍 안아, 그네 뛰기를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내려 오던 자드락길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 오는 짙은 청색 'Land Rover' 를 피하려고 의준' 씨의 뒤로 빗겨 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눈 깜짝 할 새 나는 차 뒷좌석으로 끌려 들어갔고 한동안 사태 파악이 안돼, 드라마처럼 뒷창문을 두드리며 울부짖지도 못했다. 그저 그가 내가 탄 차를 향해 되집어 달려 오다가 먼지처럼 점이 되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만 했다.. '문 지성'이 운전하는 차 안에는 헤적거리는 그의 눈 길만이 있었지만,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 또한 말이 없었다. 내 옆에는 이그러진 장미 꽃 다발과 태극당 빵집 케익 상자가 나동그라져 있었다. 안국동 집에 도착하여, 이 남자는 내 방문을 거칠게 열어주며 "밥은 여러 곳에서 먹어도, 잠은 한 곳에서 자야지/ 여자애가... , 몸 녹이고 한숨 푹 자고 나면 제 정신이 날거다" 하고 바삐 사라져 한동안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의준'씨가 걱정되었지만 뜬금없이 그의 집으로 연락을 해 걱정을 끼칠 수도 없고 면회를 서두르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초조한 나날을 보내다, 고모의 전화를 받았다.. " 의준이가 군대에 잘 있다고 전해 달라고 연락와서 내가 전화한다. 무슨 일 없지?" 의준씨가 그동안 나각산으로는 한 번도 전화를 한 적이 없었는데도 기쁨의 안도로, 나는 고모의 말을 의심하지 못하고 '번역'을 빨리 마쳐 선물 비용을 마련하려는데 시간을 보냈다. "고모 그 때 내가 어떻게든 그와 연락이 닿았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까?" 까막 까치 밥 나무의 오종종한 열매를 따려고 높은 나무 끝에 앉아 있는 새들을 보며, 내게 '까치씨 식사 하세요' 하며 까치 밥 나무 열매를 손 안에 담아 주던 그가 생각나 고모에게 말을 건내었는데 그녀는 내 어깨를 거칠게 잡아 흔들며 화를 내었다. " 너마저도 그 애가 자살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니? 이건 말이 안돼. 너는 또 어떻고/ 우리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있다 한들, 세월이 빗겨가며 동정을 베푸는 것 봤니? 빨리 떠나라. Dr. Flutter도 언제까지 너를 기다려 줄 수는 없을거야. 그 파란 눈의 남자가 아무리 홍시를 따는 것을 돕는다 한들 그 맛까지 같이 느끼자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난 네가 하루 속히 이곳을 떠나 더이상 기억의 무덤에 네 남은 삶을 눕히지 않았으면 한다" 고 말하는 그녀 입이 울듯이 일그러졌다. 고모는 무엇을 걱정하시는 것일까? <오랜 추억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면, 그것은 미쳐 버린 인생이다.ㅡ 숲의 종족 클로네의 라스리프 세녹터> 그러나 나는 미쳐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소공녀의 '세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뭐뭐한 셈치고'로 위안을 삼았듯, 나 역시 어려서부터 <셈치고 놀이>에 익숙해져 있는 것을 고모가 모르고 계시는 것이다. <Dust In The Wind>(*URL-Youtube)는 뜻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한낱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도 찰라에 우주의 일부였고, 대양 속의 한 방울 물방울도 떠오르는 태양 빛에 붉게 물드는 순간이 있었기에...... 그러나 불쌍한 고모는 '하찮기에 하찮을 수 만은 없는 한 점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대양'을 마셔버리고 싶어하는 무리들과의 싸움을 피해 달아날 것을 애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