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49세 였지만 외모로는 초반쯤으로 보여졌다.
그녀는 광고를 보고 문의한다며 숙소제공이 가능하냐고 물어봤다.
광고상으로는 대부분 숙소 제공이라고들 하지만 오피스텔을 사무실겸용으로 복층을 구해놓고선,
혼자만의공간이 아님에도 다들 숙소제공이라는 얄팍한 광고 게재를 거의들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문의가 있을때면 솔직하게 말한다.모텔방을 장기 숙소로 정해준다고...
한달치 대납은 해주지만 매일매일 수입에서 50%는 차감한다고...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다며 그녀는 오기로 약속을 했고 왔다.
크지않은 트렁크 가방하나만 딸랑 들고서..비장한듯도 보였다.
그녀는 아버지가 중학교 교감선생님 이셨지만, 그녀로 인하여 조기 퇴직을 할수밖에 없었단다.
그녀 자신도 그런 엄격한 집안에서 어떻게 본인같은 자식이 태어났는지 모르겠다며
씁스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녀는 중학교 시절부터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서 부모님 속을
꽤나 썩힌 흔히들 알고 있는 껌좀 씹었던 비행청소년이였다고 한다.
가정환경도 나쁘지 않았고, 부모님에 대한 큰 불만도 없었는데 본인도
왜 그렇게 살았는지를 모르겠단다.
단지 굳이 핑계를 대자면 너무나도 완고하시고 엄격하셨던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이랄까?
그녀는 일찌기 부터 가출을 하여 미성년자일때 부터 다방으로 술집으로 전전하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아셨는지 부모님께 잡혀가면 또 뛰쳐나오고...머리까지 삭발을 시켜도
모자 쓰고도 뛰쳐나오고...
특별한 이유가 없었단다. 그냥 부모님의 간섭과 구속이 싫었고 자유(?)를 갈망 했단다.
하루 빨리 나이 먹기를 바랬고 어른이 되기를 학수고대 했단다.
아마도 그녀도 그때는 자유를 원할땐 책임이 따른다는것을 몰랐었나보다.
그녀는 우여곡절끝에 고등학교 졸업은 했다고 했지만,내가 겪어본 결과로는 아마도 중졸인듯했다.
하지만, 우리 일이 학벌을 중요시 하지는 않으니까....그렇게 철없이 방황하던 그녀가
술집에서 일을 했을때 웨이터로 일하던 남편을 알게 되었고, 그는 일찌기 양쪽 부모님을 여의고,
어린 두 동생들을 보살피는 소년가장이였단다.
그녀의 어린 마음에도 연민의 정이 불타올랐고,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동거생활을 시작했단다.그는 웨이터이긴 했지만 성실했고,미닫이 문으로 되어있고 주방겸
거실이 있는 두칸짜리 삯월세방에서 나름 알콩달콩 살았단다.
그녀 나이 20세때였단다.부모님의 동의 없이도 혼인신고가 가능했기에 덜렁 혼인신고를 했고,
그나이에 시동생 둘을 거느리고...결혼승낙을 받으러 갔을때에 아버지는 호적을 파겠다며
노발대발 하셨단다.
그러기를 여러달...친정엄마는 김치며 밑반찬이며 아버지 몰래 숨겨둔 비상금까지 주시면서
인정아닌 인정을 하신건지 가끔씩 방문을 하셨고,임신을 하자 어떻게 아버지를 설득 시켰는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려 주셨다.
전세집도 구해 주셨고...그렇게 천천히 더디지만 아들도 둘이나 낳고 남편도 웨이터 직업은
그만두고 평소 동생들을 챙겨주다 생긴건지 아님 원래 좋아했는지는 본인도 모른다고
하면서 작은 식당을 오픈했고, 친정에서도 서서히 사위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시동생들도 나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둘다 독립을 했고,
이제는 행복한 일들만 남았다고 생각했단다.남편은 식당도 넓게 확장을 했고,
입소문으로 손님도 많았고,직원들도 늘어갔고,집도 넓은 평수로 이사도 했고,
아들들도 아프지않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주었고,모든것이 순조롭고 평온한 가정이였단다.
그녀 역시도 언제 불미스러웠던 과거가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아내로,엄마로,형수로,딸로서도
최선을 다 하고 살고 있었는데 남편이 동네 상가 업주들 몇몇이 모이는 계모임을 갖게 되면서
서서히 파경으로 치닫기 시작했다.처음엔 친목도모가 목적이 그 모임에서 내기 고스톱을 친다며
귀가 시간이 늦어지더란다.그동안 성실히 살아온지라 믿어 의심치 않았단다.
하지만 한달에 한번 모임이였던 계가 시도때도 없이 모여졌고,꼬박 밤을 세우기도 했고,
그 횟수가 잦아지니 부인들도 남편들을 닦달하기 시작했고,몇몇은 부인들의 극성에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단다.허나 그녀의 남편은 멈추지를 못했고,그 모임이 아닌 본격적인
노름에 빠지기 시작했단다.
울어도 보고, 빌어도 보고,이혼을 하자며 공갈도 해 보았지만,않하는척 하면서 거짓말을 해가면서
아예 몇박몇일을 안들어 오기도 했단다.
그녀가 벌여놓은 식당일을 뛰어들며 수습을 해보려 했지만,그녀로서도 감당이 어려웠단다.
주방장인 남편의 손맛이 없어졌으니...손님들의 빌길도 끊어지고 폐업을 할수 밖에...
더욱 놀란건 식당 보증금도 이미 남편이 월세로 돌리고 다 빼갔단다.
아차! 싶어 봤더니 이미 집 전세금 역시도...통장이란 통장은 이미 빈통장이고
주위에 지인들에게도 가게운영자금을 핑계로 돈도 상당히 빌려갔고,
시동생들에게조차 가게가 어렵다며 돈을 빌려갔고...
몇일만에 피골이 상접되어 돌아온 남편이랑 담판을 지었단다.
두번 다시는 노름에 손을 대면 손목을 자르겠다며...
그렇게 반성하는듯 잡부일들을 해가며 몇달을 조용히 지내니까 친정 부모님들이 남아있던 빚들을
고스란히 정리해주셨고,집도 다시 전세로 마련해 주셨단다.하지만 일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남편은 다시금 노름에 손을 댔고,살던 집 보증금은 물론이고 아이들 적금이며 그녀의 하다못해
14K 패물까지도 싹쓸이를 해갖고 아예 집을 나가버렸단다. 짧은 메모지에
'잃은 돈이 억울해서 안되겠다.어떻게 번 돈인데..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내가 본전찾아 돌아올께!'
라고...
그렇게 모든걸 정리해서 클때 부터도 속을 썩였던 친정 부모님 그늘로 못이기는척
들어가서 살기를 몇년...
남편은 폐인이 되어 돌아 왔지만,두번다시 번복되는 실수는 하기 싫었고,
그녀와 아이들도 모자라 남편까지....
친정부모님한테염치가 없었단다.그렇게 끈질긴 실랑이를 하다가 이혼을 했고,부모님께
생활비도 염치가 없는데,아이들 학자금까지는 염치가 없는듯하여
굳은 결심을 하고 배운 도둑질(?)이라고 ...
몇년만 고생해서 분가와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선택했단다.
그녀는 해내가고 있다.
나는 십년간 이 일을 해 오면서 느끼고 분노하는 바가 있다.
이혼후에 엄마가 아이들의 양육을 맡고 있다면 이혼의 원인이 십중팔구는 남편들에게 있다는 사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