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근처에서 발생한 태풍이 필리핀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필리핀에는 많은 인명 피해를 남겼다.
이번 태풍은 강력한 바람을 동반하고 있는 거리가 500km 떨어진 일본에서도 바람이 감지되고
하루에 몇번씩 일기예보 방송에서 보여주는 태풍의 진로는 그야말로 유동적이였다.
2년전 한반도를 뚫고 지나간 태풍 하마 때문에 남부지방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었기에
이번에도 혹시 태풍이 한반도쪽으로 올라오는것은 아닌지 남쪽지방 사람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데 서울쪽까지 구름이 밀려든다 소나기가 내리는것을 보면서 한반도 상공을 뒤덥고 있는
구름들은 빠르게 북쪽으로 올라간다 하루종일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늘이 진정된다 싶으면 또 시간의 간격을 두고 서울바닥에 굵은 소나기들을 사정없이 뿌리다가
잠시 휴식을 하다가 다시 장대비처럼 뿌리기를 몇 차례,
오후 6시를 조금 넘어가는 시간부터는 비내리는것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남산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먹고 산다는 비둘기들 조차도 날개짓을 포기했는지
굵은 소나기가 내릴것을 예고나 하고 있었는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경사를 따라서 내려오는 한 여학생의 자전거가
잠시 사라지는가 싶었더니 또 나타나면서 미끄러지듯이 내려오고 있었다
잠시 속도를 멈추는것 같더니 왼쪽 주택가쪽으로 접어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여학생은
마침 우비를 입고 있었기에 장대비처럼 솟아지는 소나기에 그나마 많이 비를 맞지 않았다.
자전거가 멈춘곳은 어느 작은 마트 앞이였다.
하루종일 비 때문에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머리가 조금 벗겨진 주인은 물건을 들여놓다가
자신에게 인사를하는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아저씨~~안녕하세요??"
"어..우리 현영이 이제 집에가니? 여기 두부 한모 가져가라.."
"아뇨.."
"괜찮아 가져가..이건 항상 인사를 잘하기에 이 아저씨가 주는거야"
"고맙습니다"
그 주인은 원래 고향이 이북이였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남쪽으로 내려 온 피난민이다.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오면서 그 자리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동네에서 40년동안 마트를 운영하면서 터줏대감으로 살아가는 그 영감님은
학교를 파하고 자전거 타고 내려 온 현영이 엄마하고도 잘 아는 사이였다.
"오늘 비도 오는데 집에서 두부넣고 김치찌게 해 먹으면 맛좋을거야"
"예.."
두부가 들어가 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받아든 현영이는 다시 자전거 패달을 힘껏 밟고서
앞에 보이는 집으로 몰아간다.아침에 빨래를 널어놓았지만 비가 자주 내리는것을 보면서
선풍기를 틀어놓았던 현영이 엄마는 어느정도 마른것을 확인하고는 하나씩 걷기 시작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누구세요?"
"엄마 나야.."
"어 현영이구나 잠깐만.."
걷어놓은 빨래를 마루에 놓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을 맞이할려고 그녀는 대문쪽으로 뛰어갔다.
문을 열어주니 우비를 쓰고 있는 현영이가 자전거를 끌고 들어온다.
"엄마 빨래 걷어? 나도 같이 걷어줄께.."
"아니다 다 걷었다 오늘 하루종일 말린다고 얼마나.."
"저기 엄마 마트 할아버지가 두부 주더라.."
"그래..저녁에는 김치찌게 해먹어야겠다 씻어라.."
"그래요"
마루에 걷어놓았던 빨래들을 엄마는 방안으로 가지고 들어가고 현영이는 교복도 벗지 않는채
봄에 작은 아버지 집에서 선물받았다는 작은 시츄가 그녀 앞에서 꼬리를 흔들어대며 같이 놀자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그때 현영이에게 어떤 소리가 들렸다.
"악~~~~~"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시츄를 만지다 말고 무슨 소리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그녀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 옆에 있는
작은 방쪽으로 바라보았다.
분명히 무슨 소리가 들린것 같았지만 아무 일 없었는 것처럼 조용하기에 자신이 잘못 듣은것은
아닌지 다시 시츄하고 장난하기에 바쁘다.
"뭐야 빨리 들어와서 옷 갈아입고 밥먹자"
"악~~살려주...."
그녀 귀에 또 다시 들리는 분명히 여자의 비명소리였다 그 소리의 진원지는 대문 옆 작은방이
분명했다.
"아니 무슨 소리야.소리 들리지 않아?"
"엄마 나도 들었어 저 아랫방에서 들리는 소리 같아.."
"그렇지? 너도 들었지?"
대문 옆 작은 골방에는 6개월전에 세들어 왔던 어느 젊은 미혼모가 들어있는 방이다.
두 모녀의 직감에는 그 방안에서 웬지 모를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것 같은 예감이 두 사람에게
동시에 스치고 지나가고 현영이와 엄마의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잠시 어떤 생각에 잠겼다가 놀난 눈으로 딸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스치는것이 하나 있었다.
"저기 언니가 이제 애 낳을때가 되었어 내가 그동안 신경도 쓰지 못했는데..
"엄마 내가 한번 가볼까 언니가 왜그러는지?"
"그래 가봐라.."
갑자기 천둥이 친다 그 천둥 소리에 두 모녀는 잠시 겁을 먹었지만 현영이는 골방 언니가 어떤 상태인지
정말 궁금했기에 남자처럼 용감하게 현영이는 조심스럽게 그 골방 현관문 앞으로 걸어가서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부엌을 발견한 그녀는 다시 방문을 열었다.
"언니..저 현...영이인데요...어디 아파..요?"
문을 열고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열어보니 그녀의 눈에 펼치진 방안의 광경은 현영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미 자신이 수습할 단계를 넘어섰다는 자체를 파악한 그녀는 엄마를 불렀다.
"엄마 언니가 이상하다 어서와봐.."
골방안에 들어간 딸의 다급한 소리에 뭔가 이상하다는걸 감지한 엄마도 따라서 새댁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방안의 모습도 현영이가 보았던 모습처럼 처참했다.
"새댁~~무슨 일이야??"
"아..줌마..나...좀..살려죠...요..아기가..나올려...고 해요.."
"뭐야??"
두 모녀의 눈에보이는 방안의 모습이란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임신한 배를 쥐어잡고 있는 미혼모가
방바닥에 하혈을 많이 했는지 온통 이불 근처와 방바닥에는 붉은 선혈이 많이 보였다.
새댁의 아기 출산이 임박한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미 빨리 일이 벌어질것이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했다 젊은 세댁의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짐작하고도 남았다.
"현영아 어서 엠브란스 불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