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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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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며 살아


BY 망팬 2013-04-01

문희의 행동 속에서 문희 엄마 모습이 배어 난다

문희의 어머니는 꾀나 알아주는 미색이었다. 문희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다니다가 어느날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던가 그런정도....

과부가 된 문희 엄마의 주변에는 괜찮은(?) 남자들이 얼씬거렸고 문희 엄마는 줄타기를 잘 한탓인지 어쨋든 변변한 수입원이 없었지만 가사를 잘 꾸리며 문희와 문희 동생을 잘 키워 냈던 것이 기억된다

문희가 소개해 준 란같은 여자와의 만남 이후 나의 생활에는 조금씩 생기가 돈다고 할까.
늦었지만 내게 여자가 생겼다는 것은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동기부여인가보다. 가끔씩 문희와 란같은 여자를

문희는 제 친구를 하나 내게 붙여(?) 주고는 다시 얼굴을 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외롭게 사는 내 꼴이 보기 싫었던걸까.....

그래도 내 가슴에 흐르는 강은 문희의 영토로 늘 흘러가고 전화라도 올것같아 기다려 보지만 그녀의 전화번호는 찍히지 않았다.

“빌어먹을 ....말어 ”

하기야..... 그녀는 이미 남의 아내가 되었고 또 현숙한 어머니가 된 현실을 무시하고 지나온 날들의 미련을 꽃피워 보려는 어리석은 나의 생각은 턱도 없는 발상이 아닌가

미련의 감정을 억제해 보지만 오랜 세월 숙성 되어온 문희에 대한 내 가슴의 그리움과 미련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누가 그러던가 요즘 중년의 동창회에서 못다한 첫사랑의 불장난을 되살리는 불꽃놀이가 화제가 된다더니........

여하간 남녀의 관계는 묘한 것이다. 자칫 눈에 콩꺼풀이 씌면 체면과 신분 인륜을 무시해 버릴 수 있는 만유의 화약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과할까.....

“신선생님~”

핸드폰에 찍흰 번호가 란같은 여자 고은아(문희가 소개시켜준)의 번호다. 갑자기 혈류가 뜨겁고 반갑다

“네에....잘 계셨죠?”
“네에....저예요”
“알고 있습니다”
“전화도 한번 안주시고.....”
“좀 바빠서요”

바쁜 것은 거짓말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없는 연말이 없었던 것같다.

“밥좀 사주세요...”
“밥이요...그거 좋죠....”
“뭐 사주실래요.....?”
“저는 본래 분식을 좋아하거든요. 저희 집앞에 샤브요리 잘하는데가 있습니다. 소주도 한잔하시고.....”
“소주요?”
“네에...전에 보니까 술도 하실줄 알던데....”
“죄송해요....사실 술좀 하거든요^^”

나이드는 징후인가. 하늘만 바라보며 평생 얽매이지 않고 살겠다는 잘 파악되지도 않은 여자의 접근이 싫지 않은걸 보면 이제 누군가 만나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건가......

“선생님....몇시에 갈까요?”
“점심전에 오십시오. 혼자 오시는거죠?”
“네에? 혼자요.....아아....문희가 보고 싶으신가보네ㅎㅎ 문희 해외여행 갔어요.
복도 많죠. 그집 아저씨가 연구성과를 거두어서 상으로 갔나봐요. 아마 다음주 초에나 올거예요“
“그랬네요. 몰랐네.....사실 그게 궁금한건 아니고요. 혼자 오시면 저야 더 좋죠 하하하”

난 너스레를 좀 떨었다. 그 여자가 싫지 않은 증거인지도 몰랐다. 지금까지의 여자들처럼 무언가 나에 대해 깊이 관찰하고 파악하려 않는 점이 좋아진 이유인지도 몰랐다.

나이 먹어 혼자 사는 남자에 대한 의구심은 여러 가지가 있나보다.
실연을 당했다거나 편견을 가진 남자이거나 한발 더 나아가 남자 구실을 못하지 않나하는 분분한 의심들이 나를 늘 시험하고 했었는데......

꼬치꼬치 물어보고 탐색해 오는 여자들을 대할 때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던 것이 지금까지의 내가 혼자사는 내 나름의 자존심일지도 모른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갑자기 야릇한 생각이 든다. 남자와 여자가 사귀고 잠자리를 같이 한다는 것.
요즘 사랑 고백의 유행어가 “ 같이 자자” 라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갑자기 내 마음에서 여자와 같이 자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나고 있지 않은가.
난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좀 까칠하다.

그래...수엽도 깍고......
피던 담배를 잿털이에 끄고 란같은 여자를 맞을 치장을 하러 움직이는 내가 변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을 바꾸어라.
갑자기 귓전에 누가 그렇게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남은 인생이라도 짝을 만들어 살아봐.........
지금은 산천에 누우신 우리 엄니의 목소리인 듯....
괜히 눈시울이...........

왜일까....배란다 유리안으로 들어온 햇살이 참 포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바꿔!!! 즐기며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