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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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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만나는 첫사랑 문희


BY 망팬 2013-03-20

희안한 이름의 음식점이었다

“꼬지버”

한번 들으면 잊어버릴것같지 않은 이름이다.
쇠석이 깔린 주차장엔 인적도 없고 주차한 다른 차량도 몇 대뿐이다.

“뭘 꼬지버?”

그렇게 중얼거리며 난 도어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저어.....?”
“예약하셨어요?”
“저어.... 연구단지 사모님이라고......”

말 떨어지기 무섭게 반색을 하는 카운터의 여자는 아마도 이곳의 꼬지버(?)인 것 같았다

이층으로 안내되는 내 가슴이 적지아니 요동쳤다. 웬만한 일에 감동하지 않는 차거운 피가 내게 흐르건만 문희라는 여자의 이름 앞에 주제파악을 못하는것인가

삼십여년이 흘러간 지금의 문희!!!!????

마을이 대청호 물속에 잠기면서 애틋한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도 물귀신이 되버린지 오래라

그리도 궁금했던 문희가 내 앞에 중년의 모습을 드러내겠구나!!!!!
어찌 변했을까? 어떻게 변했드라도 내색을 하면 안되지. 옛모습을 혹 져버렸더라도 정말 변하지 않았다고 말해 줘야지....

형식적 노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연극 무대의 배우처럼 나타난 여자,
그녀가 바로 문희!!

“.................^^”
“.................^^”

서로를 확인하는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한 여자가 아니고 둘.........그렇다면 누가 문희지? 회상의 거울을 꺼내 진범(?)을 얼른 찾아내야 할텐데.......

“영일오빠 맞지?
"무운....희!!?“

영화속의 상봉장면처럼 나는 그녀를 확인하는 있었다.
그래..........세월이 만든 작품이구나!!!

어릴적 문희의 얼굴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딘가에 남아 있을 문희를 찾고 잇었고. 아마도 그녀도 그러지 않았을까.....

“앉아요^^”
“그래......”

난 중년여인 문희의 손을 계속 잡고 반가움에 감격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작은 손으로부터 전해오는 체온이 꾀 차갑게 느껴졌다.

역사적(?) 순간을 응시하던 또 하나의 여자는 문희와 나의 표정을 번갈아 읽으며 검연쩍은 미소를 짓고 있는데 첫눈에 봐도 란처럼 고고하게 보였다.

“오빠, 참....인사해....”
“............”
“내 친구인데.....그냥 같이 왔어요^^”
“아....네......저어.....신일룡이라고 합니다”
“ㅎㅎㅎ 영화배우 이름하고 똑같으시네요. 비슷하시고요^^저는 문희 친구예요, ”

란같은 여자는 풍모와는 달리 매우 순진해 보였다.
자리에 앉으니 좀 여유로워진다. 다만 문희와 단둘이가 아닌 것이 좀은 아쉽지만...

“그동안 연락도 안하고 오빠 나 좋아했다고 들었는데.......아니었나가보지^^”
“누가 그래?”
“선미가 그러던데 신선미...”
“선미가 누구더라..?”
“응, 영학이 오빠 동생 있잖아. 오빠 꽁무니 따라다니며 애걸하던.....”
“아아~ 향단이.....”

당시 우리들 사이에서는 선미를 향단이라 불렀었다. 하는 행동대로 붙여졌던 별명이었다고 할까.

“지금 선미 뭐해?”
“응, 탄방동 살지....잘살아.....아주.....”
“보고싶네.....”

누구든 오랜만에 만나면 특히 궁금한 것은 아무래도 추억속에 함께했던 아역배우(?)들일 것이다. 지금은 다 어른이 되고 늙어가겠지만 그들과의 어린시절은 가끔씩 나를 그리움이라는 계절로 방황하게 했었다

“오빠..?”

문희가 나를 아주 따스하게 쳐다본다. 그녀의 맥주빛 머리칼이 어쩌면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빠, 혼자 산다며....”
“응.....아아 그거......”
“왜 혼자 살어?”
“응.....혼자사는게 편해...”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진다. 본래 독신에게 사는 얘기는 부담스럽다.

“오빠, 외롭지?”
“^^^ 왜? 그렇게 보여?”
“응........”

난 시선을 비꼈다.

<다 알고 있었구나>

“저어.....내 친구야. 이름은 고은아. 신일룡과 고은아 딱 됐네^^”
“...........................”
“^^^^^”

그랬다. 문희와 함께온 여자의 이름은 고은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류스타의 이름과 같은 여자. 그 여자를 나에게 소개시키고 있는 문희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러나 난 고은아라는 여자에겐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와서 새삼 여자를 사귄다거나 푼수처럼 뒤늦은 사랑을 만들어 간다거나 하는 것은 떨쳐버린지 오래다.

“근데......지금 어디살어?”
“응, 궁금하지 우리 남편 뭐한 사람인가는 궁금하지 않어?”
“궁금하지^^”

그녀가 내 맘을 꿰뚫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우리 그이는 영감이야. 재미 디게 없어....ㅎㅎㅎ”
“...........................”
“나보다 아홉살이나 더 많잖아.....이건 할아버지하고 사는거지 뭐 호호호”
“.......................”

난 그녀의 말뜻을 음미하고 있었다. 묘한 생각이 내 속에서 왕래하고 고은아 ; 란같은 여자도 우수워하는데 꼬지버라는 음식점의 별미가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