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여친을 최근에 만나게 되었다
초딩때 애린 가슴으로만 사모했던 아씨인데 너무도 우연히 그녀의 거처를 알게 되었고 팔방으로 내통하는 친구들에게 은근슬쩍 전화번호를 탐문한 끝에 어렵사리 미팅이 성사된 것이다
은행잎이 노랗게 거리를 물들이고 바람도 그리움처럼 불어오는 10월하고도 끄트머리
오래되어도 잊지못할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노래가 들려오는 어느 저녁에 난 그녀를 만날 기회를 잡았다. 정말 꿈만 같았다
몇 년만인가?
손꼽아 헤어보니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청춘만 늙어~
대덕 연구단지로 가는 길은 운전을 하면서 사색해도 좋을만치 한산하다
들은 말로 그녀의 남편은 연구의 메카인 대덕연구단지의 꾀나 이름있는 박사라고 했다.
초딩시절 중간놀이라는 시간이 있었던걸 나이좀 먹은 이들만의 기억이 있다.
운동회를 앞두고 연습하는 일종의 제식훈련 같은 것이라고 할까.....
중간놀이 시간이 기다려 지는 것은 문희와 시선을 마주칠 기회가 있어서였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불순물 하나 없는 애틋한 미소가 나를 향하여 미동이라도 하면 나의 모두는 기쁨 도가니가 되곤 했었다.
그로부터 난 늘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공주의 은혜(?)를 기다렸지만 이루지는 못했다.
“너, 문희 좋아 한다며.....?”
어설프게 중학 교복을 입은 내게 청고에 다니는 태환이라는 거친 형의 물음에 난 움찔했다.
“............. 형?”
태환이 형의 차거운 시선에 조롱과 협박이 섞여 있는 의미를 알아차린 나는 그후로 문희에게 좋아한다는 고백한번 못하고 짝사랑이라는 인내의 산을 넘어 망각의 강을 건느면서 나이에 걸맞지 않는 깡소주를 마시고 허공에 헛주먹질을 하는 웃지못할 기억들이 만들며 한동안 살았었다
“문희 시집간데......”
"태환이 형한테?"
"아니....서울대 나온 사람이라드라.."
"뭐야?"
태환이 형하고는 아니지만 문희는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그렇게 남의 신부가 되었고 난 한번도 내 가슴의 진정을 문희에게 어필하지 못한채 아픈 세월을 건너 왔다
“잊자 잊자 오늘밤은 미련을 버리자~”
세월은 사람을 늙히우고 한계상황을 인식케하며 사랑하던 사람을 자꾸 희미한 기억속으로 밀어 넣는 묘약이랄까? 아니 나 스스로 살기 위한 한 방편인지도 몰랐다.
“여보세요?”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중년 여인의 목소리.....바로 이 여자가 첫사랑 문희의 현실이라니.....
“....................”
“여보세요?”
“아.....저.....신영일이라고 하는대요...”
“아! 영일 오빠!!”
기억하고 있었구나!!!!
반가워하는 그녀의 음성과 한번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며 먼저 미팅을 제의하는 그녀의 밝은 음성
무슨 차림을 할까?
정장을 할까? 너무 어색하지 않을까.....더구나 정장은 익숙하지 않다.
젊게 보여야지.....
그녀의 남편은 몇살일까? 들은 말로는 아홉살인가 열살 차이가 난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남편 나이가 나보다 아주 많겠네......
엉뚱한 희망까지 가져보고 싶지만 그게 말이나 될 일인가........
스스로 실소를 하면서 나는 그녀가 찍어준 장소로 차를 몰아 갔다.
아직도 이쁘겠지.....? 이쁘면 뭐해.....누가 그러던데,,,,,첫사랑 여자는 안만나는게 좋다던가....
그러나 후회하더라도 만나보고 싶다. 다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지만 애린 마음에 자리잡은 첫사랑의 미련은 늘 가을 하늘 바람처럼 공허한 것
저만치 문희를 만나게 될 감격의 음식점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슴이 마꾸 소용돌이치네~~참 나원....침착하자.......나이가 몇살이야 이사람아!!!!
내 속에 내가 나를 타이르고 있었다
(1편 올렸던 작품이 날라갔네요 뭘 잘못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