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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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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를 내려오며


BY 망팬 2013-03-08

나를 잊지 못한다던 재범이는 그의 계획대로 15억의 인구를 가지고 세계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동북공정의 나라 중국으로 가버렸다

목적을 달성한 남자들은 핑계를 찾을때가 많다.
그래서 남자를 잡아두고 관심을 끌려면 “줄뜻 말 듯 하라” 했던가

동욱이도 전화는 몇 번 왔지만 그에게 달려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유창수는 가수원의 화장장에서 한줌의 재로 세상을 떠나 우주로 갔고

“나야,영애...”
“왜 또?”

“너 바쁘니?”
“왜...또 남자 소개시켜 줄려고....”

짜증을 부려 보지만 그래도 전화를 해주는 친구가 몇있나

“아니, 그게 아니고 만년동에 빌딩 샀잖니.....거기 아래층 세 주었는데 개업식을 한대요...”
“그래서.....니가 하는 개업식도 아닌데 내가 가야 된다는거야 뭐야?”

“기집애...밴댕이 소갈머리하고는.....”
“뭐야.......영애, 너 정말 나나 하니까.....”

씩씩거리는 나를 그녀는 늘 나를 이기려하지 않는다

“그 집이 복집이잖아.....내가 낼테니까......”
“나 혼자?”

“아니.......진숙이하고......태구라고......우리 1년 선배.....그림그리는 화백 있어....”
“태구라면....?”

“그래.....너도 보면 알거야.....”
“알았어....몇시?”

“응, 4시......3청사 뒤에 있어....내가 네 집으로 갈게....같이 타고 가자”

4시라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몸도 찌부듯하고 개심사에나 다녀와야지......

배낭속에 생수병을 서너개 넣고 집을 나선다.
모자를 쓰고 황사마스크를 쓰니 누구도 내 얼굴을 알아볼것같지 않다.

한동안 심란하던 마음에 여유로움으로 채우고 싶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에는 가끔은 설레임보다 편안함이 좋다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친구가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만나기 전부터 ...벌써 가슴이 뛰고 바라보는것에 만족해야 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곁에 있다는 ...

사실만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더 그리울 때가 있다

길을 걸을 때...옷깃 스칠 것이 염려되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야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어깨에 손 하나 아무렇지 않게 걸치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더 간절해질 때가 있다

너무 커서...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자신을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보다는 자신과 비록 어울리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다
말 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

가슴이 답답해지고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도 상처받으며 아파할까봐
차라리혼자 삼키고 말없이 웃음만을 건네주어야 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입을 벌린다는 것이 흉이 될까
염려되어 식사는커녕 물 한 잔 맘껏 마실 수 없는

그런 사람보다는 괴로울 때 찻잔을 앞에 놓고 마주할 수 있는 사람
밤새껏 투정을 해도 다음날 웃으며 편하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비위 맞추며 사는 게 버거워

내 속내를 맘 편히 털어놓고 받아주는
친구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램 ...

내겐 그런 친구가 있는걸까?

영애, 진숙이.....세선이........그리고 누가 있을까?

물을 떠 짊어지고 개심사를 내려오며 난 생각했다.
인생의 바른 길로 안내하는

확실한 이정표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