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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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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녀성의 추억


BY 휴네워 2013-02-14

 

밤이 깊어졌다

잠이 오지 않는다

 

시끌벅적 전을 부치고

고기를 삶고

 

차례를 지내지 않으니 별로 복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설음식은 다양해서 힘이든다

설거지는 동서들이 했지만 그래도 맞며느리로서 짐스런 부분이 많다

 

동서들은 다 내외가 함께 와서 고스톱을 할때도 편을 들어주고

서로 아껴 주는 모습이 좋아 보이는데

왜 내 팔자는 늘 혼자 와야 하는가

언제나 외로운 날들이 끝날까?

 

"얘, 갸는 무슨 일을 혼자 다한다냐?"

 

야속해 하시는 시어머니의 푸념에 그래도 난 남편을 옹호했다

 

"그이가 워낙 맡은 일이 많은가봐요^^"

 

부모님들은 그래도 한구석 유능한 아들을 두었으니 흐뭇한 모양이다

시동생들은 아예 그러려니 하지만 형제가 달라도 너무 다른다는 생각이 든다

 

잠이 영 들 생각을 안한다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바람이 차지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코고는 소리들이 나고

음식 냄새가 가득한 거실을 나오니 바람이 차지만 너무 오랜만에 맡아보는

시골 냄새가 추억을 불러온다

 

시댁의 건넌동네가 나의 고향 동네다

같은 학교를 다녔고 일곱살 차이인 남편을 난 생각도 안했고 좋아해 본적은 더욱 없었는데..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는중에 우연히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알아갔고

완벽한 성질을 좋아하던 내 평소 습성때문에 이끌리다 보니

결혼까지 했지만 세월이 갈 수록 후회가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랬다 나의 첫사랑은 다른 남자였다 

 

광현이 오빠는  어디서 뭘할까?

 

우리 동네에는 조그만 개척 교회가 있었다

난 친구들과 어울려 중3부터 교회를 갔었다

 

고1때였나 보다

대전 고모네 집에서 기숙을 하던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 왔고

친구들과 함께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만수가 된 삼가 저수지의 물이 물보라를 이루며

수문 위를 빛살로 아름답게 부채살을 이루던 그 하얀 여름

만수계곡에는 피서객들로 가득하고

서원계곡에는 모 방송국에서 나온 전국노래자랑의 녹화가 있었다

 

나는 교회 친구들과 함께 그곳에 가게 되었는데

봉고차를 몰던 멋지고 멋진 남자에게 필이 꽂히고 말았으니

바로 신학교 1학년이라는 광현이라는 오빠를 만난것이다

 

"오빠...."

"응, 너 어느학교야?"

"대전요..."

"왜 인제 왔어?"

"예?"

"내가 기다린 아가씨네 얼릉커라 응"

 

이렇게 알게된 광현이 오빠와 난 교회에서 만나다가 이제는 따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 세월이 년 정도 흐른 어느날 연락이 왔다

 

"나, 군대간다. 언제 올래?..."

 

토요일 오후 시외버스를 타고 교회에서 난 오빠를 만났다.

 

"타!"

 

그가 몰던 교회 봉고차를 타고 그와 난 말티재 휴게소까지 왔다

휴게소에는 더러더러 사람들이 앉아서 부채를 부치고

우리는 과자 부스러기를 사들고 음료를 챙겨 숲속길로 올라가고 있었다

 

가슴이 막 뛰었다

쿵쾅거리는 가슴의 소리가 들킬것 같았다

얼굴이 붉어지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겁도 나고 두려움속에 초초한 기대감도 극으로 치닫고 있었나보다

 

"손잡아~"

 

오빠가 나의 손을 이끌고 우리는 목적도 없이 산 깊은 곳으로 올라갔다

 

"나 군대갔다 올께 기다려 그땐 대학생이겠네..."

 

난 아무말도 없이 눈을 아래로 깔고 있었고 광현이 오빠가 나를 와락 안아왔다

 

세상에 세상에 처음 안겨본 남자의 품에서

난 잡힌 새처럼 파닥이고 있었나보다 순진하게

 

지금 생각해도 너무도 고운 추억이지만

남편에게 미안하여 생각이 날때면 머리를 젖곤 하지만

내게는 여자의 일생중

잊고 살 수 없는 고운 사진첩이지 않은가

 

심하게 떨고 있는 나를

오빠는 더욱 충동적으로 안아주었다.

그도 흔들리며 주체할 수 없었나보다

격동으로 나의 입술과 몸을 더듬어 왔다

 

아아~

구름이 멈춰 섰는갑다

바람이 숨죽였나보다

햇살이 빠알간 순결을 아쉬워 했는지도 모른지

 

"아아아~"

 

신의 손길이 내 껍질을 벗기고

하얀 나비가 되어 날아 가라고

산도 조용히 계곡물을 흘려 보내고

말티재 숲속의 새들이 합창을 하였을까

 

내 처녀성은 품절되었다

 

이게

여자가 되는 길인지

어른이 되는 과정인지

 

떨림과 아픔

뭐가뭔지 잘 모르는

하늘로 부터 오는 그리움의 날개

 

공부보다 사랑이 중요하고

부모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난 순간이었다

 

처녀성을 가져간 남자와 난 왜 지금 따로 사는거지....?

누군가 한 말이 생가가 난다

 

그리웁다고 다 같이 사는것도 아니고

싫어 한다고 다 따로 사는것도 아니다

 

싫어도 같이 살고 좋아도 헤어지는게 인생이라던가

하기야 세월이 바뀌어 이제 살기 싫으면 헤어지는게 대세지만...

 

지금도 말티재는 그날을 간직하고 있나?

 

광현이 오빠 지금은 어디서 뭘하지?

내가 잘못한걸까?

돌팔이 남편이 나의 운명이었겠지...

 

어디선가 개짖는 소리가 멀리로 들려 오고

난 어두운 길을 지나는 고속도로의 불빛을 바라본다

 

불혹의 여자에게 남편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다 자기 손으로 해야 한다는 남편

그렇다고 슈퍼맨도 아니고

그저 착각속에 살아가는 한마디로 표현하여 돌팔이 남편

 

돌팔이가 사람 잡는다는데....

아무래도 내 맘의 깊은 곳에 불만이 자라고 있나보다

 

그래 나가보자

돌파구를 찾아야지

 

우진이 사무실로 나가 보자

거기에 어쩌면 나를 기다리는 항구의 배가 있을지도 모른잖아

 

내 몸을 움직여 본다

에스라인은 아니지만 우진이 말대로 아직 이쁘지 않은가

 

"그래, 이제는 이름을 찾아야지 내 이름 이름을 찾아야지 난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