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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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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부끄요


BY 휴네워 2013-02-06

 

남편이 돌아왔다.

 

"어디 아프냐?"

"아니 왜?"

"사람이 어째 푸석해보여"

"괜찮아, 머리가 좀 아파서..."

"머리가?"

 

실은 어제 술먹은 탓이지만 그걸 모르는 돌팔이 남편이 알랴

여자도 남자를 모르지만 남자도 여자를 알랴

 

우리 뒷집 통장 남편 꼬리 잡힌 이야기가 생각난다

남보기에는 대머리 까지고 별볼일 없고

덩치도 땅게에다 돈이많아 쥐뿔도 없는 쫌생이처럼 보이는데

글쎄 바람이 났단다

 

통장언니가 날마다 신랑이 잘해준다고 자랑을 하도 해서

사람들이 그 언니만 보면 자랑신물을 쏟아 내곤 했었다

 

그런데 토욜 일욜날 날마다 친구들하고 등산간다고 나가길래

마침 잘됐다 귀찮은데 하고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이런변이 있남

그 대머리 땅개아저씨를 좋아하는 여자가 잇다는걸 알게 된기여요

 

그도 글쎄 이층에 세들어 사는 혼자사는 과부 그 아줌마하고 바람이 났으니

기절도 보통 기절이 아니었다는거

 

그후로 사람들 모일때마다

<남편이 의외로 잘해주면 살피그라 잉^^>

 

그랬다는거 아니던가

 

숙직하고 돌아오면 으레 내 몸둥아리 탐닉을 한번 해야하는데 워찌해서

오늘은 조용하게 밥을먹고 담배를 나가서 피고

커피를 타줫더니 조용히 마신다

 

"여보, 뭐 고민있어?"

"응? 응? 무슨 고민? 고민은 무슨고민?"

"왜 그래 그런데..?"

"뭘..?"

"말해봐 뭔일 있지?"

"응, 아냐 그냥 자기가 안쓰러워서.."

"내가?"

"응"

 

남편 딴에는 내가 푸석하게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웟던 모양이다

 

"머리가 어떻게 아파 위야 아래야 뒤야?"

"아냐, 그냥 그럴때도 있지"

"병원 가봐야 될라나?"

"무슨 병원"

 

돌팔이 남편에게는 아무 내색도 못한다.

꼬치꼬치 원인을 캐고 처방을 내놔야 성이 차는 성껄치고는 참으로 요상(?)한 성격땜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보,나 괜찮으니까 제발 걱정 그만하고 잠이나 좀 자라 어제 숙직하느라 잠 못잤잖아"

"자면서 하지 숙직을 날밤새는 사람이 어딨어"

"하기야 곧게 자는것이 숙직이라고 자기가 그랬지 ㅍㅎ"

 

남편이 좀 기분이 정리되는것같다

그때 내머리에서 퍼뜩일어선 쾌재

 

"여보, 나 출근하면 안돼?"

 

남편이 눈을 뚱그렇게 뜨고 나를 본다

 

"출근? 뭐하는데야?"

"사무실 보조지 뭐.."

"사무실 보조?

"응, 자기도 알지 우진이라고 고향 후배 구홍이 친구 있잖아"

 

남편이 고개를 두어번 비틀더니 기억이 나는 모양이다

 

"아아, 사법고시하다가 안돼서 무슨 컨설팅인가 뭐 한다고 햇잖아"

"맞아, 우진이..."

"아, 당신을 어릴때부터 이상형이라고 했다던 그 친구"

 

언제 내가 그걸 일러주었지

남편은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의외로 간단하게 대답한다

 

"그래, 잘됐네. 거기서 제의가 온거야?"

 

쾌재를 부를 사람은 난데 남편이 쾌재를 부르다니

너무도 뜻밖이라 할말이 없어진 나는 남편의 다음 행동을 지켜볼 밖에 없었다

 

" 그친구랑 언제 한번 밥이라도 먹어야겠네...나도 그쪽방면에 아는 사람 좀 있으니까 소개도 시켜줄겸.."

 

뭐든지 자기가 최고이고 자기가 다 간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편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바마 라는 별명이 붙은 남편인걸 어찌하랴

 

이렇게 해서 우진이 사무실 출근은 간단히 내 의도대로 패스되고 있었다

 

"그거땜에 걱정했어? 나도 자기 집에서 아줌마 되는거 싫었거든....잘해봐 화이팅!!"

 

돈버는걸 좋아하는건지 말대로 밥통 운전수 하는게싫었던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여하간 돌팔이 남편은 나를 자기 나름 진찰하고 처방을 내린것이다

 

"여보!"

 

남편이 눈을 껌뻑거린다

전에 하던대로 나를 갖고 싶은가 보다

 

<그러면 그렇지>

 

싫지도 좋지도 않지만 난 남편에 이끌리어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흘에 한번씩 치루는 남편과의 의무방어전이지만 오늘은 출근기념으로 진하게 진하게

사랑한번 해볼까요 부끄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