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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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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네워 2013-02-05

 

눈을 뜨니 아침이다.

 

딸아이는 도서관에 갔겠지

 

머리가 너무 아프다. 그러고 보니 어제저녁 생각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몸을 살핀다. 외출복 그째로다

 

<이런 무슨 망신>

 

본래 내겐 못된 버릇이 있다.

 

술만 먹으면 우는 버릇이 있었다.

 

유전인것 같다

 

엄마도 그랬고 아빠도 가끔 술을 드시고 우는걸 봤다

 

<실수 많이 했겠네...>

 

폰을 찾았다

 

문자가 수북하다

 

남편은 그냥 출근했노라 하고

 

딸애는 친구집에 갔다하고 거기에다

 

<엄마, 아빠 한테 일른다 술먹고 다닌다고 조심해요 엄마 허전해도 참아 뭐 어쩔건데...>

 

 

어른같은 딸애의 충고를 내가 받아야 하다니...

 

 

우진이에게 전화를 한다

 

"누나, 머리아프지? 미안해요. 술 잘 마시느줄 알았더니....그래도 실수는 안했으니까..."

 

 

실수는 안했다는걸 강조하는걸 보면 아무래도 실수를 한게 틀림없다

 

혹시 내가 이상한 짓거리를 한건 아니겠지

 

술만 먹으면 나오는 닭살 애교에 쓸데도 없는 마음에 없는 말을 풍풍 쏴대지는 않았을까....

 

 

냉수를 목에다 부으면서 갑자기 돈 생각이 난다.

 

지갑을 찾았다.

 

지갑이 그래도 있고 모든게 다정상이다.

 

 

"누나, 그동안 속썩인거 용서하고 배당금 좀 더 넣었어 찍어봐"

 

 

얼마를 넣었을까?

 

폰어플로 H은행을 치고 들어간다

 

77만원

 

기분이 묘한 금액이다

 

 

좋기는 하지만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

 

커피를 마실까? 빈속이잖아....

 

창밖으로 채소파는 차량의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

 

 

" 굴비, 굴비가 스므마리 2만원 영광굴비 영광굴비가 왔어요"

 

 

 

눈을 껌벆이고 있자니 어제 우진이 사무실에서의 액션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별실이라는 곳으로 안내하여 보여주것들이 생각이 난다

 

 

컴퓨터가 4대가 놓여 있고

 

거기서 매일 데이트레이딩인가 뭐로 스탁거래를 한다고 하던가

 

자기 친구 누군가 얼마전에 시세차익을 낸것이 잘못되어 입건되었는데 그래서 우진이도 도망을 간거라나 뭐라나

 

 

"누나, 사무실 나와서 일도 도와주고 차라도 마실래?"

 

"사무실.....여기?"

 

"응, 어짜피 누나 하는일 없잖아 나와서 나좀 도와주면 좋지"

 

"진심이야 장난이야?"

 

"장난아냐. 그러지 않아도 사람하나 쓰려고 하거든..."

 

"그래, 내가 할 수 있는게 뭐 있어야지..."

 

"그냥, 나오기만 하면돼 누나 얼굴만 봐도 잘될것 같다 하하하"

 

 

점점 기억이 생생하게 솟아난다

 

 

정말 내가 취직을 할건가?

 

사무실에 나갈것인가?

 

새로운 변화가 내게로 오고 있는것일까?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젊고 발랄하고 자기관리도 된다잖아.

 

 

"누나, 7일까지 답해줘야돼. 알았지?"

 

 

7일이면 내일모래인데.

 

돌팔이 남편은 반대할텐데.

 

무조건 집에서 자기 시중들고 밥하고 빨래하고 조신하게 기다리는걸 당연시하는 남편인데

 

어떻게 설득을 하지?

 

 

냉장고를 열고 먹을 것을 찾아낸다

 

밥은 밥솥에 있고

 

 

사과를 한놈 꺼내 씻는다.

 

아침사과는 금사과

 

술을 먹고 난 머리아픔을 뭘로 달래지?

 

해장국?

 

 

말도 안된다 내가 무슨 술꾼도 아니고

 

하기야 양주도 먹었으니 속이 불붙었지

 

광녀도 아니고

 

왜 가끔씩 내 속에 또다른 내가 살아나서 왈패가 되는걸까

 

연하남이라는 것에 혹했나?

 

 

이 생각 저생각 꼬리를 무는데 내 영혼 깊은데서 울려나는 소리

 

<돌팔이 남편에 대한 반항???>

 

 

그게 옳은것 같다.

 

뭐든지 가르치려하는 남편에 대한 반발심이 자리잡은 나를 느낀다

 

 

그나 저나 출근해서 뭘 하라는 걸까?

 

우진이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우진이의 저장애칭은 "아더월드" 

 

다른 세상이라는 나의 꿈같은 소망이랄까

 

 

"여보세요. 저예요 좀 괜찮아요?"

 

"그래, 그런데 나 출근하면 뭐하는거야?"

 

"응...나오면 되요 내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되요. 걱정말고...."

 

"알았는데...돌팔이가..."

 

"네? 돌팔이?"

 

"아냐, 다시 전화하께"

 

 

유리창을 열었다. 바람이 차겁게 접령해 온다

 

햇살은 따스한데...

 

출근을 해?

 

내게로 오는 변화는 내 삶의 무슨 시그널일까?

 

뛰쳐 나가고 싶다.

 

오늘이 입춘

 

마흔두살 내게오는 봄은 물오른 계절이 될것인가...

 

 

전화가 울린다.

 

누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