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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바다가 보고싶어(6)


BY 허허연 2012-09-09

                                                 < 6 >

 

 작은 선생님은 오늘 처음 오신 분이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시고 있는 대학생 선생님이었는데 실습차 여기 놀이방에서 아이들을 돌보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이라 긴장도 했을테고 아이들이 버겁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아이가 피아노 커버를 벗기고 피아노를 치려고 했다는 것이다. 작은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야단을 쳤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아이가 울고 말았나보다. 그러자 미나가 선생님에게 아이를 그렇게 야단치는 것이 선생님의 행동에 적절치 않다는 충고를 하였다는 것이다. 아이를 조용히 타이르면 될 것을 큰 소리로 혼을 내는 것은 선생님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작은 선생님이 미나를 야단치게 되고, 미나는 결국 아이들을 데리고 베란다로 나가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모양이었다. 선생님도 아이들과 작은 선생님의 말을 듣고 종합해서 하신 말씀이지만 대강의 사건 전말은 이런 것이었다.

 

미나는 여자아이치고 묵직한 편이었지만 평범한 아이였다. 어리지만 믿음직스런 아이였다. 어디를 데리고 다녀도 말썽을 부릴까 걱정한 적이 없었다. 말은 늦게 시작했지만 세상 다 아는 아이 같은 표정과 행동으로 나를 편하게 해준 아이였다. 이제 말을 시작한 지도 채 일년이 되질 않았다. 전에 다니던 몬테소리 유치원에서는 만 3 세 특별반이 개설되어 원장선생님 아들을 포함해 5명이 다녔다. 거기에서도 개월 수로 가장 어렸지만 그때까지도 말을 정확하게 하지 않아 선생님을 '여시야'라고 불러 나를 곤혹스럽게도 했었다. 물론 선생님들은 그래도 아이가 어리니 귀여워해주시고 재미있어하셨다. 내가 집에서 혹연 선생님들을 비하해 그렇게 부른 것으로 오해할까봐 변명 아닌 변호도 했었지만, 그저 유쾌한 해프닝으로 넘겨주셨다. 그래도 말이 너무 늦어져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그 선생님의 말씀이 반응이 빠른 아이지만 걱정이 되면 몇 회 치료를 받아보자고 했다. 전문가의 치료라 치료비도 적은 돈은 아니었다. 미나도 옆에서 놀면서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날 저녁밥을 먹으며 아빠한테 그날 상담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미나가 갑자기 정확한 발음으로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엄마, 나 우유 먹을래요."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가 '이젠 말 좀 해야겠는 걸' 하며 시작하는 말투였다.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 신비로운 일이다. 아이 키우는 엄마가 수다스럽고 할 말이 많은 걸 이해해야 한다.

 

 "더 놀란 건요. 미나가 이제 다섯 살이잖아요. 그런데 어쩜 저렇게 차분하게 설명을 하는지 놀랬어요."

 

 놀이방선생님의 마지막 평가였다. 말도 느리고 묵직했던 아이가 놀이방에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놀랍기도 했지만 은근히 자랑스러운 마음도 생겨 빨리 가서 아빠한테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앞질렀다. 그러면서도 여기를 계속 보내도 되는 건지 생각도 해야 했다. 적지 않게 생각할 일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아이 생각만 하면 걱정 반 웃음 반으로 아이를 데리고 집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