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바쁘니?
넌 항상 바쁘다는 말만 하는데 너만 바쁜거 아니야!"
뚜~~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수화기를 내려놓기 까지 한참의 시간이 흐른것을 안 것은 내 팔이 저려오면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도 한동안 멍하니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나름 절친이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였는데
아니 일년을 한방에서 산 친구로 나름 서로에 대해 알거 모를것 다 안다고 생각한 친구였는데
친구라는 이름에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친구였는데
그친구가 약속에 못나간다는 말 한마디에 버럭 이렇게 화를 낼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생각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내가 아는 그 친구가 맞는지...
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다른 직업을 갖고 거리상 먼 곳에 살면서
편지를 주고 받으며 가끔은 만나서 하루을 보냄에 지루하지 않았던 사람.
항상 나보다 먼저 편지를 하고
나는 답장을 하는 편이었고
만나자는 약속도 먼저하고
내가 거절하지 않았고
자기의 힘든일 마음에 변화가 생기는 일을 말하고
나는 들어주고 답변을 해주고....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뭘 잘 못 한거지?
아니!
바빠서 못만나겠다는데 내가 사정이 그렇다는데 화를 내는 이유가 뭐야?
왜 내가 그런 말을 하는지 한 번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물어봐 주면 안되는 거야?
"왜? 무슨일 있어?"라고
처음엔 미안한 마음이 들더니 생각을 할 수록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서운한 것 같기도 하고 내 마음이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왜 항상 자기 이야기만 하고 내 이야기는 안 물어봐 주는 건데?
왜 항상 자기 고민은 크고 내 고민은 별일이 아닌건데?
자기 말하기만 바빴지 한 번이라도 내 말을 들어 주려고 한적은 있는지?
등등 생각의 시작은 감정의 격함을 오르내리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말로 글로 표현이 안되는 이야기를 써가고 있는데
"엄마!"하고 유치원에 갔던 딸아이가 돌아왔다.
"근데 엄마 어디아퍼?"
" 아니! 왜?"
" 엄마가 울애기 잘 갔다왔어? 안하잖아"
"음 엄마 친구가 만나자는데 바빠서 안된다고 하니까 막 화내고 전화를 끊어 버려서 지금 기분이 안좋아 미안해"
"그럼 엄마도 다시 전화해서 너때문에 나 화났어! 라고 화내면 되잖아"
햐아~음
그렇구나 그런거였구나
하지만 내가 그런말을 할 수 있는 아니 할 줄 아는 사람인지 의문이 든다.
한 번이라도 그래본적은 있는지 거울을 통해 나를 찬찬히 살펴본다
시장에서 산 고무줄 단색 반바지에 그나마 늘어지지는 않은 나염 라운드 티셔츠
아이들과의 피부접촉을 핑계로 방치되는 화장기 없는 얼굴과 뒤로 질끈 동여맨 긴 생머리
약간 고집있게 보여지는 갈메기형 눈썹 애교살이라 부르는 눈밑살 덕분에 제나이를 보지 않는 나름 동안외모
그리고...
그리고? 뭐?
나란 사람이 궁금해지기 사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