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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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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너머 그 어디에...


BY 슬픈 사람 2011-09-29

508호...

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다.

나는 나와 5명의 환자들이 누워있다.

내옆의 젊고 아름다운 대학생은 학교에 다녀오다가 트럭이 두다리를 차로 밀어 다리가 모두 엉망이 되었단다. 그런데 다행히 점점 회복되고 있어서 처음에는 걷는 희망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목발을 집고 일어설 수 있다고 한다.

내 앞의 할머니는 밤이 되면 "뱀잡아라~"를 외친다. 낮에는 참 얌전한 사람인데 잠을 자려고 눕기만하면 소리를 지르신다. 젊어서 뱀을 많이도 보셨는지, 자꾸만 뱀을 잡으라 하신다.

나는...

그래도 사지는 멀쩡하게 내몸에 붙어 있으니 내가 제일 건강한 것인가?

자꾸 잠이 쏟아진다.

눈을 감으면 당당한 령이 나를 내려다 본다.

나에게 외친다.

" 니가 뭐야! 감히 손을 잡어?"

또 한번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다.

등이 척척하다.

 

"아이구 젊은 사람이 왜 밤에 소리를 질러..."

옆에 누운사람이 나에게 한마디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눈을 떴을 때 내곁에 누군가가 있다는것이 너무나 다행이다.

혼자 있었다면 정말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병실이지만 그래도 함께 누워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나는 위로받고 있다.

 

뚝뚝 눈물을 흘리며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나의 인생에

나의 접혀진 희망에, 못난 나에게 화가나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병원에 누워있으니, 친정엄마아버지께서 달려 오셨다.

너무나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침대속으로 숨어버리고 싶다.

침대의 시트가 되어버리고 싶다.

나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이미 어둠의 구렁텅이에 버려진것 같다.

직장을 2주째 나가지 못하고 있다.

나는 실직자가 될것 같다.

 

내가 입원을 하고 그는 단 한번 왔다.

그래도 긴 결혼생활을 같이 해왔는데 그는 내가 궁금하지도 않은가 보다.

내게 오는 이름모를 전화는 형사와 보험회사 뿐이다.

 

령은 나에게 사과를 하지 않는다.

나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걸까?

그녀는 엄청나게 행복할까?

나의 불행에 행복해하며 호호거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