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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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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BY 유빈 2011-03-16

아내가 사라졌다.

어젯밤..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늘 새벽, 3차까지 이어지던 술자리를 파하고 아직도 미련이 남는지

간단하게 포장마차에서 우동이라도 먹고 가자는 정대리를 간신히 돌려보내고 집에 들어왔을때

그때까지만 해도 아내는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잠결에 아이를 깨우고 학교에 보내는 아내의 부산스러움과 두런거림에 얼핏 이제 그만 나도

일어나야겠구나...좀 있으면 아내가 나를 깨우러 오겠구나...그러다 다시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파고드는 햇살의 눈부심과 타는듯한 갈증에 순간 정신이 확 들면서 눈이 떠졌다.

".......어?"

아침이면 아내가 항상 침대 옆 협탁에 생수 한 잔을 가져다 놓고 나를 깨운다.

나를 깨워놓고 아내가 아이를 깨우러 간 사이 나는 시원한 물 한 잔 들이키고 다시 침대 속을 파고든다.

잠이 완전히 깨기 전 그 포근한 잠자리의 감촉은 헤어나올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러면 아내는 아침준비를 마치고 다시 나를 깨우러 온다.

아이마냥 잠투정하는 나를 깨우러 오는 아내는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가끔은 아들 승민이에게 하듯 내 엉덩이를 두들겨 깨우기도 하고 내 등을 손으로 받쳐 억지로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집이 너무 조용하다.

협탁 위에 항상 올려져 있던 물컵도 보이지 않는다.

얼른 옆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시간을 보니 헉....11시가 넘었다.

"여보~"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건 알았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에 아내를 불러본다.

넓지도 않은 집에 공허한 울림만 퍼진다.

부리나케 일어나 주방으로 가보니 깔끔하게 정리된 주방엔 행주까지 깨끗하게 빨려서 널려있고

식탁 위엔 아무 것도 없다.

결혼해서 15년을 사는 동안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무리 인사불성이 되어 들어와도 부부싸움을 했어도 아침에 깨우지 않은 적이 없었고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간혹 아이 학교의 등교지킴이 당번이 되어 나보다 일찍 나가게 되는 경우에도 반드시 생수 한잔과 함께

나를 깨워놓고, 식탁 위에 식사준비를 해놨으니 잘먹고 다녀오라고 인사하고 나가던 아내였다.

11시가 넘어 일어났다는 황당함보다 아내가 아무말 없이 나를 깨우지도 않고 없어졌다는 사실이 자못

충격적이라 한동안 어찌해야할 바를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