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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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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요일-하계김장


BY 양털구름 2010-09-18

 

며느리의 생각 : 아침 6시 눈이 떠질락 말락 하는데 초인종이 울렷다. 나가보니 시어머님이 오셧다. 웬일로 오셧냐고 묻자 어머님 집 김치가 떨어져서 같이 하자고 오셧단다.미치겟다.

 

시어머니 생각 : 요즘은 당췌 잠이 안온다. 어제도 초저녁에 잠깐 잠이 든뒤로 밤새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앗다. 생각 끝에 냉장고 청소를 햇는데 김치가 반통도 채 안남은게 눈에 거슬렷다. 내일은 김치를 버무려야겟다고 생각햇다.

 

며느리 생각 : 배추를 절이고 양념 준비도 하고 오늘은 거의 앉아잇을 새가 없엇다. 막상 김치를 버무리다 보니 시어머님이 미원을 한수저 뜨시는게 아닌가. 웃으면서 “어머님 요새는 미원 많이 안먹는게 몸에 좋대요” 햇다. 어머님은 “그래도 난 이게 들어가야 맛잇더라, 그럼 조금만 넣으마” 하시며 반을 넣으셧다. 몸에 안좋을텐데...

 

시어머니 생각 : 우리 시대때는 모든 음식에 미원이 들어갓는데 며느리는 몸에 안좋다며 넣지 말라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은 다 못마땅한건가? 아님 저번에 아들놈이 사온 옷이 좀 비싸다던데 그걸로 시비거는건가? 요새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며느리 생각 : 낮에 갈치조림을 햇다. 원래는 조미료를 잘 안쓰는데 미원보다는 낫겟지 싶어 다시다를 한숫갈 넣엇더니 맛이 괜찮앗다. 어머님도 맛잇게 잘 드셧다.

 

시어머니 생각 : 며느리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미원 반 숫갈을 갈치조림에 넣엇다. 역시 모든 요리에는 미원이 들어가야 맛잇는 걸 왜 쟤는 모를까. 맛잇다며 며늘애도 잘 먹드만.

 

아들 생각 : 엄마가 오셔서 김치를 마누라랑 함께 햇다. 게임 도중 홀낏 보니 김치를 버무리면서 서로 웃고 얘기하는 모습이 다정스러워 보엿다. 남들은 고부갈등 운운하지만 우리집은 그런게 없는 것 같아 안심이다.

 

손주 생각 : 아침부터 할머니가 오셔서 이것저것 자랑햇더니 할머니가 칭찬해주셧다. 기분이 많이 좋앗다. 할머니가 함께 살앗으면 좋겟다. 근데 엄마의 안색이 별로엿다. 아까 김치 버무릴때 옆에 지나가다가 엄마를 쳣는데 엄마의 쏘아보는 눈빛이 장난아니엇다. 엄청 많이 화가 나잇는데 참는 것처럼 보엿다. 실수로 한번 친게 그렇게 화날 일인가? 왜 엄마는 나한테만 화를 내는지 모르겟다.

 

며느리 생각 : 낮에 택배가 왓다. 00몰에서 산 가방이엇다. 이 가방 하나 가지려고 정말 얼마나 이악물고 돈을 모앗던가. 반찬값 아낀건 물론이고 화장품도 계절마다 립스틱 하나만 바꿔가며 버티어오지 않앗던가..게다가 00몰에서 60%세일이나 햇으니..이건 정말 하늘이 준 기회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또 뭘 사고 저리 좋아하는가 싶은 눈초리에 웃음을 거두어야만 햇다.

 

시어머니 생각 : 택배가 왓다. 며느리는 뭘 또 삿는지 얼굴이 환해져서는 아주 좋아죽더라. 뭔가 보니 가방이엇다. 아니, 가방이 드레스룸에 넘쳐나드만 뭘 또 산건지. 도대체 살림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겟다. 맨날 지 물건만 사대고 아들옷은 도대체 안사는건지 몇 년째 같은 것만 입고 잇다. 요즘 흔한말로 된장녀 하던데 며늘애야말로 그거 아닌가 싶다. 저번에 아들애가 나한테 옷 사준것 갖고 오랫동안 싸웟다는거 내가 아는데.아주 섭섭한 마음이 든다.

 

손주 생각 : 택배로 가방이 왓다. 엄마가 그거 사시던 날 아주 기분이 좋앗던게 기억이 난다. 엄마 말로는 내 학원 하나 줄여서 모은 돈으로 샀다고 하시던데. 나야 학원 안가니 좋고 엄마는 엄마 갖고 싶은거 가져서 좋고.일타이피구만.

 

며느리 생각 : 점심 드시고 가실줄 알앗는데 9시뉴스가 끝나서야 어머님은 집으로 가셧다. 모처럼 일요일날 제대로 쉬어보려 햇더니..내일 출근을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푹 자야겟다.

 

아들 생각 : 마누라는 엄마가 가시자마자 곯아떨어졋다. 뭐 별로 한것도 없는 것 같은데 코까지 골고 잇다. 김치도 엄마랑 햇으니 별로 힘들지 않앗을테고. 식사준비야 원래 하는거고. 마누라한테 좀 섭섭하다. 오늘 같은 날 좀 이뻐해주려고 햇는데. 이럴줄 알앗으면 낮에 세시간 낮잠을 안잣을텐데..ocn에서 영화나 하나 보고 자야겟다.

 

손주 생각 : 엄마가 잠이 들엇다. 아빠가 영화를 보시길래 나도 봣다. 원래는 15세이상만 볼수 잇는데 아빠는 내가 그런 영화 봐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엄마엿으면 벌써 채널 돌리고 끄고 당장 니방 가서 자라고 햇을텐데. 역시 엄마보다는 아빠가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