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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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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자


BY 조 양 희 2011-08-05

하늘도 내신세를 가엽이 여기는지 어제부터 계속 비가 내린다.

 

일본이란곳이 원래가 좀 습한지라 비까지 내리니 더더욱 습한듯하다.

 

이런것이 향수병이라는것일까?

 

여기가 서울 쯤만 되어도 총알 택시라도 타고 가버리고 싶다.

 

내게 맡기려했던 가게는 정지를 먹었고,나는 이미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혼만 하고 오면 결혼비자까지 완벽하게 해주겠다던 사형은 오히려 나를 슬슬 피하는듯하다.

 

이왕지사 일이 이렇게 되었고 살아야한다면 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되었다.

 

"사형! 이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을순 없어요.애양육비도 그렇고...빚도 좀 갚아야되고..."

 

"그러게요....결혼비자를 만들래니 제가 지금 여유가 좀 없어서요..."

 

"그럴거예요.우선 마땅한 일자리라도..."

 

"요즘은 오바탄 사람을 쓸래는데가 없어서...일단 며칠 알아볼께요."

 

"부탁드려요."

 

그렇게 며칠이 지난후에 사형은 내게 어떤일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있느냐고물어왔다.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였다.

 

저녁무렵에 유학생활을 하며 사형 운전기사노릇을 해주고 있는 학생을 앞세워 어디를 가라고 했다.

 

"나를 데려가는 곳이 어디예요?"

 

"예.혹시 에리라고 기억하세요? 마마가 에리 가게에 모셔다 드리라던데요."

 

"예.알아요.에리씨가 가게 오픈을 했습니까?"

 

"네.짐은 다 챙기셨는지요? 아마 그곳에서 계셔야한다는것 같던데..."

 

"아! 그래요.뭘하는 가게인지...사형이 별 말을 않해줘서..."

 

"저도 처음 가보는지라 잘 모릅니다.마마랑 얘기된것 아니세요?"

 

"네.아무 말도 않해줘서...에구 일단 가봅시다.사형은 어디가셨나요? 인사라도 하고 가야될텐데..."

 

"지금 아마 모임에 갔을겁니다.나중에 전화드리세요."

 

사형집인 오사카에서도 한참 먼거리였다.

 

거의 12시가 다된 시간에 어떤 가게앞에 내렸고 가게안은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술집이였다. 에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저 본적 있죠? 마마한테 얘기들었습니다.어서오세요."

 

"........."

 

예전에 사형가게에서 일하던 아가씨가 가게를 오픈한셈이다.

 

"부끄럽네요.이런 모습으로 보게되어서..."

 

"아니예요.저는 고마운걸요.이런 미인분을 모시게 되어서..."

 

먼곳까지 데려다준 학생을 돌려보내고 나는 숙소를 안내받았다.

 

나더러 이곳에서 무엇을 하라는건지...

 

조그마한 맨숀이였다. 다다미 방이 두칸인...아마도 이곳이 아가씨들 숙소인듯...

 

새벽무렵 아가씨들과 에리가 같이 왔다.

 

숙소비는 하루에 한국돈 만원,식대비는 하루에 5천원.그외에 공동 생활비가 한달에 5만원....

 

월급은 한달에 한국돈 150만원...그리고 after는 별도라했다.

 

나는 기절을 할것 같았다. 사형이 나를 아가씨로 소개를 해준것이다.술집아가씨로...

 

너무 놀라 이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이럴수는 없는것이다...

 

사형에게 전화를 했다.

 

"사형! 내게 귀뜸이라도 해주시지..사람을 이리도 당황케 만듭니까?"

 

"내가 물어봤잖아요?어떤일이라도 할 각오가 되었냐고.."

 

"그말이 그말입니까? 하지만 저더러 어떻게 술집아가씨를 하라고 합니까?"

 

"사형! 참 답답네요.지금 한가하게 사형이 그런말 할때입니까?"

 

"........."

 

"싫으면 관두세요.내가 에리한테 전화해놓을께요.여기는 일본이예요.일본!!"

 

"........."

 

"여기까지 공주대접 받으러 왔습니까?그러면 사형 잘못오신겁니다."

 

"하지만...일단 제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맥없이 전화를 끊으며 도대체 내가 여길 왜 온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형의 태도가 이리도 돌변할줄은...오빠에게 전화를 해버릴까 생각도 해보았다.

 

오빠도 사형 도움을 받고 있는 처지인데 내가 오빠에게 전화한들 올케와 싸움만 만들뿐 내처지가

 

달라질건 없다는 생각이들었다.

 

한국에선 내가 보내줄 돈을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이런생각저런생각으로 뒤척이고 있는데 한 아가씨가 내게 말을 건네왔다.

 

"일본엔 처음이세요?"

 

"아뇨.처음은 아닌데 일하러 온건 처음입니다.저보다 언니인것 같은데 말씀 낮추세요"

 

"그럼,그럴까?나는 서울사람이예요.나는 한 5일뒤면 한국나갔다가 다시 들어올건데..."

 

"날짜가 그렇군요.벌이는 좀 되던가요? 저는 이런일은 처음인지라 판단이 안서요."

 

"여기도 젊은 애들이야 잘 벌지만 저같이 늙은건 별로 못벌어.ㅎㅎ"

 

"아직도 예쁘신데요.뭘..."

 

나랑 띠동갑인 그언니는 서울에서 커텐업을 하다가 아는 동생 빚보증을 서주었다가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장성한 두아들도 있다했다.도저히 한국에선 험한일을 할 수가 없어서 이곳까지 오게되었다한다.

 

'그래.내가 뭐라고...이런사람도 벌려고 애를 쓰는데...'

 

그 다음날 바로 결정을 하고 일을 해 보기로 했다.

 

일본 손님들과 술을 마시는것 까진 할 수가 있었다.유창한 일본어가 아니였기에 회화책을 펼쳐가며

 

통역을 해 가며 그렇게 술자리는 함께 할수 있었지만 도저히 after는 갈수가 없었다.

 

2.3일은 에리가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며 버틸수 있었는데 대놓고 에리가 이제는 내게 화를 낸다.

 

"죽어면 썩어문드러질 몸. 하나 몸은 금테 둘렀어?그만좀 하지..."

 

내게 일본 이름으로 '꽃'이란 뜻의 '하나'라는 이름을 지어주더니 노골적으로 내게 불만을 표현했다.

 

숙소엔 어린 아가씨 4명과 모모라는 띠동갑의 언니가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모모 언니도 한국엘 간단다. 나도 가고 싶다.한국에...

 

얼굴을 감싸고 숨죽여 한참을 울고 있는데 모모 언니가 내게 화장실로 잠깐 가자고 했다.

 

"하나야! 내가 전에 일하던 곳이 있는데 손님은 적어. 그런데 인간적인 면이 좀 있어.나도 담엔 그곳에

 

갈려고 하는데 너 옮길래?그러면 내가 연락처 알려주고 얘기해놓고 갈께"

 

"뭐하는 곳인데?"

 

"한국으로 치면 단란주점 같은 곳이야.근데 에프터 강요하지 않아?좀 시골동네야"

 

"그러면 연락해주고 가요.나 거기 갈래요.언니는 갔다가 언제올건데?"

 

"늦어도 열흘 안에는 들어올거야.네가 가겠다면 내 짐도 다 두고 갈께.네가 같이 갖고가!"

 

"언니 옷들 비싸 보이던데 내가 들고 튀면 어쩔려고..."

 

"ㅎㅎㅎㅎ튀어서 부자 될것 같으면 들고 튀어라~"

 

이렇게 결정을 하고 언니를 한국에 보내고 에리에게 작별을 고하고 나는 '주소'라는 곳으로 짐보따리를

 

들고서 향했다.사형은 나를 에리에게 소개를 해주고 소개비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곳이 일본에서의 한국인들이 살아가는 인간미'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사형과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마음을 굳히며 나를 또 한번 미지의 곳으로 던지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