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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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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가는곳은..


BY 조 양 희 2010-11-24

'오늘도 나는 내방안 거울 앞에서 빨간 립스틱 마스카라 짙은 향수뿌리고....'

최진희씨의 '그 여자가 가는곳은' 이다. 나는 이 노랫말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렇듯 방황의

세월을...아니다 방탕한 생활이라해야 옳을것이다.

밤만 되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불나방처럼 어두운 환락의 세계로 나를 내던지려했다.

어느사이에 그는 내게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나이 이제 스물 일곱. 그의 나이는 서른일곱..

그동안 한번도 내삶을 불행하다 여기지 않았고 되돌아보지 않았었다.

열일곱에 남편을 만나 열여덟에 아이엄마가 되어서 여행한번 가본적없이 아주 삭막하게, 시동생들

뒷바라지에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에.아이엄마로서.아내로서.죽도록 참고 열심히 최선을 다 하면서

살았다. 그냥 그렇게 다들 사는건줄 알고 살았다.

어느날에 우연히 그를 만나고 나서는 어리석고 불쌍한 내가 보였다.

처녀시절도 한번 없었고 그 흔한 미팅 한번도 못해보고 스타킹한번을 못 신어보고 이렇듯 썩고 있었다는

억울함이 밀려왔다. 날위해 화장품한번을 안샀었고 미장원 한번을 간적 없었다.

목욕비도 아까워서 한달에 한두번..

그렇게 꽃다운 십년세월을 악착같이 살았었는데 지금의 내모습은...

그는 내게 남자다. 밥도 근사한곳에서만 먹었고 항상 내 입맛에 맞추어 주었고.길을 걸을 때도 항상 나를

안쪽으로 걷게 하며 ,차를 탈때도 항상 나를 먼저 태워주었고,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을때도...

그렇게 그는 내가 항상 늘 우선이였다.

헤어질때도 내 사정을 아는듯이 늘 내게 차비라며 태워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과분할 정도의 액수를 매번

건넨다.그러면서도 아직 한번도 내게 댓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의도가 무엇인지 알려하지 않았다. 그 돈으로 우리식구들은 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

어느날부터 내마음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전화를 기다리게 되고 만날 약속이 정해지면 거울앞에서 오래도록 얼굴을 분장했고

언제가 될지 모를 그 날을 위해서였는지 속옷까지도 신경을 쓴다.

시누이들과 터놓고 지내보니 시누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남자가 한두명이 아니였다.

매번 만나는 남자가 틀렸고 자기입으로도 자기는 남자없이는 하루라도 그냥 살수가 없다했다.

사촌 시누이도 그 정도는 아니였지만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늘 동거를 해 온 모양.

자기들 처신이 이모양이니 나를 나무라지는 못하고 아예 대놓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다.

"자기야 ! 그래도 울 오빠 버리지는 마래이 울 조카들 생각해서 적당히 즐기면서 살아래이

그라고.한남자만 계속 만나면 정든데이 적어도 세 다리는 걸쳐야 한곳에 안빠진데이~"

시누이는 원래 나를 언니라 칭하지 않고 자기라고 부르며 이렇듯 큰(?) 가르침을준다.

시누이들 눈에도 내가 뭔가 좀 이상해보였는지 그렇게 입을 모아 칭찬하던 그를  슬슬

트집을 잡으면서 내게서 멀리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면서 밤이되면 나를 끌고서 나이트를 향했다.

나도 마다하지 않았다.그에게로 끌려가고 있는 내마음이 내 자신도 두려웠다.

그렇게 매일이다시피 나이트엘 가서 부킹을 하고 낯선 남정네들과 술자리도 해 보았지만 내게는

늘 그가 옆에 있음에 누구에게도 흔들림이 일지 않았다.

어느날.

그는 모친상을 당했다며 며칠 연락이 어렵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미칠것 같았다.며칠동안 볼수없다는 말에 가슴이 쾅 막히고 숨이 차올라 제대로 숨을 쉴수조차

없을것 같았다.내게 그가 그렇게 다가와 있음을 알고 나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밥맛도 없고 의욕도 없다.그냥 하루종일을 누워 지냈다.

시누이들의 유혹에도 몸이 아프다며 핑계를 대고선 응하지 않았다.

그에게 거짓말을 하며 안심시키고 놀러가던 그때가 훨씬 스릴있고 재밌었다.

그렇게 삼일 동안을 전화소리에만 매달려 지낼쯤에 그에게 연락이 왔다.

할 얘기가 있다며 목소리에 왠지 모를 무게가 느껴졌다.

실은 자긴 총각이 아니고 여섯살먹은 딸아이가 하나 있고 이혼 준비중으로 별거 관계에 있으면서

나를 만났다한다.첨엔 농담으로 했는데 내가 너무 믿는 눈치여서 타이밍을 놓쳐 말을 할 수가 없었단다.

이번 모친상에 그의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참석을 했었고 모친의 마지막 유언이 재결합을 하는걸

원했다 한다. 그래서 형제들간에 회의가 열렸고 그는 내게 확인을 하고 답을 할려한다며 내게

의향을 묻는다. 속으로는 나도 놀랬지만 내 처지도 그를 탓할 처지가 아니다.

그래서 나도 내 처지를 사실데로 고백을 했고 재결합을 권유했다.

그도 놀란듯했다. 하지만 그에겐 나이를 밝힐순없었다.

내나이에 너무 큰 아이가 있었기에...오히려 서로 알고나니 맘이 훨씬 편했다.

그리고 그는 웃으면서 억울하다 했다.그는 유부남이였기에 나를 범해선 안된다는 생각이였단다.

글구 나이트에서 만나고 두번째 만날때도 화려한 내 외모를 보며 하룻밤 놀잇감이라 생각했단다.

그런데 몇번의 만남을 갖으면서 너무도 세상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라 느꼈다한다.

어느날엔 "영희씬 가만보면 심봉사가 눈을 뜬것 같아요.내가 심청이고.."

그말뜻이 생각이났다.

둘다 마음은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도 나도 말은 않했지만 이제는 만남이 전처럼

자유롭지 못할거라는 생각에 머리는 복잡하게 돌아왔다.

그 날도 그는 내게 어김없이 두둑히 챙겨주고는 돌아섰다.

이 뻥 뚫린 가슴은 무엇인가?

'예쁜옷 갈아입고서 거릴 나서지만 정둘곳 없는 부산의밤 정둘곳 없는거리..'

어김없이 오늘도 나이트 한쪽 구석에서 맥주를 들이키며 허전한 맘을 채우려고 애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