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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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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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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2010-08-11

#1. 대포집

대림과 한수 소주를 마시고 있다.

대림 : 자 한잔 받아. 이거 얼마만의 술자리야..(소주를 따른다.)

한수 : (소주를 받아마시고 다시 잔을 대림에게 준다)

대림 : 언제 까지 마누라 뒤치다꺼리 할거야.. 이제 우리도 얼마 안남았어. 여태껏 개미처럼 일만 했는데 이젠좀 즐기며 살아야 할거 아니야.

한수 : (다시 한잔을 들이킨다)

대림 : 어차피 다시 정상이 될수도 없다고 하는데.. 왜 미련을 못버려? 마누라하고 아프기 전에도 살뜰한 정도 없었다면서.

한수 : 그래도... 애들 엄마야... 아니 산 목숨이야..

대림 : 아니 누가 산목숨 강제로 끝으라고 하는 소리냐고. 이봐. 우리이제 살면 백년을 살겠어? 천년을 살겠어. 고작 해봐야 십년. 그것도 사람처럼 살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그래도 좀 사람같이 살아봐야 할것 아니야...

한수 : 사람???

대림 : 자네 딸도 그래.. 어머니 병수발한다고 일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게 벌써 몇 달째인가? 혼기 꽉찬 딸이 집에서 그게 뭐야? 자네 마누라 하나때문이 자네고, 자식들이고 다 사는게 사는게 아니잖아. 그리고. 그러다 결국 마누가 죽으면, 남은 사람들은 이제 뭐가 되는가? 빚만 산더미고, 자네도 딸도 다 나이만 먹을 거고 ... 산 사람은 살 걱정을해야지...

한수 : 산 사람...(멍하니 말을 따라한다.)

대림 : 내말 야속하게 듣지 말게.. 자네도 건강챙겨야지.. 경비일 하느라 하루건너 하루씩 밤새지.. 그리고 집에 들어가도 어디 편하게 쉴수가 있어? 이건 시도때도 없이 오줌싸는 마누가 있으니.. 자네 퇴직금도 이젠 얼마 안남았다며?(한수의 눈치를 슬쩍 살핀다. 퇴직금이 얼마나 있나 떠보려는듯)

한수 : 없다... 마누라가 다 먹고 말았다.

대림 : 거.. 왜이래.. 자네가 얼마를 받았는지 세상이 다 아는데.. 그러지 말고 어디 몫 좋은데 가게라도 하지그래.. 내 알아봐 줄까?

한수 : 생각 없네. 그거할 정신이 어디있어... 알았어.. 나 감세..(일어난다)

대림 : 어.. 어딜가? 아직 이거(소주병)도 다 안비웠는데..

한수 : 술도 안먹었더니 맛을 모르겠네.. 작은 딸년 혼자 고생하는데. 케익이라도 하나 사가야지...

대림 : 자네생일도 아닌데 무슨 케잌.. 왜 남에 생일에 자기들이 케익을 사고들 그러는지..

한수 : (나간다)

대림 : (혼잣말로) 답답한 친구같으니라고.

여주인 : (대림의 자리로 와서 앉는다) 크리스마슨지 뭔지 때문에 오늘 공치네.. 손님도 없는데 한잔 하십시다.

대림 : (여주인 잔에 소주를 따른다) 어디 따뜻한 국물이라도 좀 가지고 와서 앉지.. 사람도 참...

#2. 현주집 골목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걷는것도 힘들다. 현주 눈을 제치고 걸어가고 있다.

현주의 앞쪽으로 한수가 손에 케익을 들고 오고 있다.

현주 : (한수를 보고 뛰어간다. 그런데 눈이 많이와서 걷는건지 뛰는건지..)아빠..

한수 : (고개를 들고본다)미끄러진다.. 뛰지마..

현주 : 아빠 왜 벌써들어오세요..(케잌을 보고) 어!! 텔레파시 통했나보다.. 흐흐.. 나 케익사러 가는 중인데...

한수 : 엄마가 먹고 싶다고 하던?

현주 : 아뇨.. 우리끼리 축하할려고..

한수 : 아빠 빼놓고.. 둘이만..

현주 : (한수의 팔에 매달린다) 아뇨.. 그럴리가요..

한수 : 이녀석 거짓말은.. 자 가자..

현주 : 아빠먼저 들어가세요. 안그래도 엄마 혼자 두고와서 불안했는데...

한수 : 왜? 케익사러 간다며... 케익 여기있잖아.

현주 : 엄마가 막국수 드시고 싶데요.

한수 : 막국수? 야.. 이눈속에 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누가 영업하겠니? 그냥 가자...

현주 : 한번 가보기는 할게요.. 먼저 들어가세요..

한수 : 그럼 같이가자..

현주 : 아빠.. 엄마 혼자있어요.. 혼자있으면 불안해서 더 실수 하시잖아요.

한수 : 그럼.. (케익을 건네주며) 니가 들어가라. 내가 갔다 올테니..

현주 : 제가 갈게요. 길 미끄러워요. 미끄러져도 젊은 내가 더 빨리 나을거에요.. (종종 걸음으로 간다) 어서 들어가세요.

한수 : (현주를 본다) 살살다녀와 그럼...

현주 : 네.. 이젠 천천히 갔다올수 있어요. 어서 들어가세요..

한수와 현주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고있다. 눈은 그칠기세가 없이 내린다.

#3. 현주집

대문을 들어서는 한수, 송자는 현주가 나가던 그 자리 그대로 하늘의 눈을 처다보고 있다.

한수 : (눈을 털면서 들어온다) 나 왔수다... 목아프게 왜 그러구 있어?

송자 : (한수를 보자 잘못한 어린애같은 모습으로 한수의 눈을 피한다)

한수 : (그런 송자를 보고 마음이 안편하다) 케익사왔어. 막국수 먹고 싶다고 현주 내보냈어? 이 눈속에.. 사람도 좀 참지..

송자 : (잘못한 아이처럼 담요 속으로 숨으려 한다)

한수 : (전기 난로를 끄고 송자옆으로 바짝 더 가져다 놓고 송자 옆에 앉는다) 내가 어디 자네가 미워서 야단치겠는가? 자네하고 산 세월이 얼만데.. 그런데.. 이보게.. (한수 목이메인다.) 난. 자네 이런 모습이 낯서네... 자네가.. 분명 얼굴을 자네가 맞는데.. 자네가 .. 내가 알던 현숙이 엄마가. 내가알던 송송자가 아니란 말일세.. 까탈스러우리 만치 깔끔하던, 흰 런닝이 눈이 부시게 빨아주던. 누런 양은 냄비 똥구멍이 반짝반짝 빛나게 살림하던.. 그런 송송자가 내가아는 송송잔데.. 지금 내 앞에.. 이.. 오줌싸게, 먹보는, 난 누군지 모르겠네...

송자 : (힐끔힐끔 이불속에서 나왔다 들어갔다하며 한수의 누치를 살피며 케익을 번갈이 보고 있다)

한수 : (한숨을 크게 쉬고) 케익은 현주 오면 같이 먹읍시다. 지금 자네 먹고 싶다는 막국수 사러갔어..

송자 : (겨우 알아들을 목소리로) 오.. 주..줌.. 마.. 려

한수 : (일어난다) 알았어..( 한쪽켠에 있던 의자에 구멍뚫어 놓은 것과 오강을 가져온다, 의자를 놓고 그 아래 오래을 놓아 임시 좌변기를 만든다) 자 .... 일어납시다.(송자를 안아서 의자에 앉힌다. 그런 한수의 몸짓이 버거워 보인다.)

송자 : (의자위에서 시원한 표정 짖는다. 그리고는 이내 저질래핀 아이같은 표정을 짖는다.)

한수 : 왜 지난번에 내가 오줌쌌다고 혼낸것 때문에 그래? 미안해.. 나두 힘들어서 그랬어.. 나두 가끔은 투정할 상대가 필요했어...(한수 측은한 눈빛으로 송자를 바라본다)

#4. 안방

송자는 누워있고, 한수는 앉아서 TV를 보고 있다. 크리스마스라 재미있는것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의미하게 TV를 틀어놓고 있다.

밖에 현주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현주 : (손에 막국수 상을 들고 들어온다.) 아휴.. 하늘이 구멍났나? 아버지 아직도 와요.

송자 : (막국수를 보자 반갑게 일어난다)

한수 : 그래도 어디서 용케 구했네.. 욕봤겠구나. 어디 이런날 장사하는데 있디있었어?

현주 : 아뇨... 평양막국수아줌마에게 때썼어요.. 우리엄마 꼭 드셔야 한다고. 아줌마가 온갖 구박 다 하시면서 만들어주시던데요.. 그래도 만들어 주시는게 어디에요.. 그 아줌마 입은 걸어도 맘이 약해서.. 엄마 드신다니까 해주시더라구요. 하도 욕을 먹어서 귀가 얼얼해요.(귀를 후비며 웃는다)

한수 : 그거 한그릇 팔어서 손해겠구나.

현주 : 그렇죠.. 뭐.. (송자 젓가락을 챙겨준다.)

송자 : (젓가락을 받아 너무 맛있게 혼자 다 먹는다)

한수 : 막국수가 저리 좋은까? 남편보다 새끼보다..

현주 : 아빠는 .. 막국수한테 질투하세요?

한수 : 그래.. 나 막국수 만도 못한 취급받아서 질투 난다 왜..

현주 : 아빠.. (웃는다)아빠도 좀 드세요.. 아주머니가 넉넉히 주셨어요. 부엌에 좀 남겨 놨는데..

한수 : 난 추워서 싫다. 가만히만 있어서 으스스가 쳐지는데.. 저 차가운걸.. 난 싫다...

현주 : (이불속으로 손을 넣는다) 방은좀 어때요.. 날이 꿉꿉하니 연탄불이 잘 안피던데요.. 방 춥지 않으세요? 방 추우면 전기 장판 가져다 드릴게요.

송자 : (막국수 먹다가 )응.. 추워...

현주, 한수 : (송자를 처다본다. 웃는다) : 먹으면서 들을건 다 들어요..

현숙 : (들어선다) 나만 빼놓고 너무들 분위기 좋으시다.

현주 : 어 벌써들어왔어?

현숙 : 아빠는 왜 벌써 들어오셨어요. 어 케익벌써 사왔네..(케익을 내려놓는다)

현주 : 언니도 사왔어? 우와. 오늘 텔레파시가 눈을 뚫고 잘 날아갔네..

현숙 : (종이봉투에서 구두박스를 꺼낸다) 엄마.. 이거..

송자 : (박스를 받고 아이처럼 기뻐한다) 고맙습니다.(고개까지 깍듯하게 숙이며 인사한다)

한수 : 뭐냐?

현숙 : 아빠죄송해요. 아빠것은 다음 생신때 사드릴게요. 아직 제가 백조잖아요..

현주 : (송자를 도와 박스를 연다.빨간색에 높은굽의 구두가 나온다) 어.. 구두네??

송자 : (현주 손에서 구두를 빼앗듯 껴안는다) 내꺼야... 엄마가 나줬어...

한수 : 신지도 못하는거 뭐하러 돈 낭비해..

현주 : (현숙을 바라본다) 그래도 언니가 언니네.. 난 그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현숙 : (으쓰대며) 그래.. 네가 아무리 까불어도 그래도 밥그릇 더 먹은 나의 깊은 뜻을 알겠느냐......

현주, 한수, 현숙 행복한 웃음. 송자는 구두가 마냥 좋다.

#5. 마루(크리스마스)

송자가 휠체어에 앉아있고, 한수 현주, 현숙이 나란히 앉아 하늘을 보고 있다. 송자의 발에는 아까 그 구두가 반쯤 걸쳐져서 신겨있다. 라디오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수 : (송자를 보고 혀까지 차며) 사람도.. 그렇게 좋은까.. 들어가지도 않는구만.. 발이 퉁퉁 부어서..

현숙 : 아빠.. 그만 구박하세요.

한수 : 내가 뭔 구박을 했다고...

현주 : (하늘을 보며) 정말 올해는 화이트크리스마스 제대로다..

현숙 : (고소한 웃음)연인들 연애하다 다 발라당 잘 자빠지겠다.. 그치..

현주 : 애고.. 저 심통.. 아빠.. 우리집에 성이 원래 연가 아니였어요? 연놀부..

송자 : (그때 송자 혼잣말처럼 중얼댄다) 눈이 이렇게 이뻣구나..

현숙 : 어 엄마 뭐라고요?(송자의 입쪽으로 귀를 댄다) 어. 엄마정신 맑은가 보다. 눈이 이쁘대...

한수 : 눈을 처음 보는 사람 모양으로.. 촌시럽기는

송자 : 어.. 처음봐..(한수에게 대들 듯이 몸까지 까닥한다)

현주 : 엄마.. 눈 만져 보실래요?

송자 : 응..

현주 : (마당으로 나가서 눈을 집어서 든다)

현숙 : 아니.. 현주야?

현주 : 어 왜?

현숙 : 엄마 모시고 나가자..

현주 : 감기걸려..

현숙 : 잠깐인데.. 뭐... 아빠?

한수 : 그래... 그러자(한수는 방으로 들어가 담요를 하나 더꺼내와서 송자를 꼭꼭 싸맨다)

한수, 현숙, 현주가 휠체어를 마당으로 끓어 내린다. 끙끙 힘들어한다.

하늘에서 연실 눈이 온고. 송자가 눈이 눈에 들어가는지 눈을 꿈쩍거린다.

현주 : 엄마.. 안추어요? 들어갈까요?

송자 : (고개를 졎는다.현주는 잘 움직이지 않는 손을 꺼내서 휠체어에 싸인 눈을 만졌다. 현주의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피어오른다)

현주 : 엄마 눈 밟아 볼래요?(송자를 부축하여 일으킨다)

현주와 현숙이 양쪽에서 부축한다. 송자 한발짝 띠더니 발을 꼬물 꼬물 움직인다.

현주 : 왜? 엄마..

송자 : 신발 벗겨줘.

현주 : 신발을? 그 좋아하던 구두를 ?? 안돼.. 발시려..

송자 : 벗겨줘..

한수 : (조용히 앉아 송자의 신발을 벗겨준다)

현주 : 아빠..

한수 : 얼지 않을 정도만 잠깐 해주자.. 엄마 다음 겨울까지 살아계실지 장담 못하잖아.

현주, 현숙 : (아무소리 못한다)

송자는 처음에는 발이 시린지 움찔하더니.. 이내 얼굴에 웃음이 살포시 떠올랐다. 꼬물꼬물 발가락을 움직인다. 발가락 사이로 눈이 들어간다.

송자 :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번진다) 따뜻하다.

현숙 : 어? 엄마 뭐라고요?

현주 : 따뜻해요? 눈이.(서로 멀뚱멀뚱처다본다.)

한수가 신발을 벗고 맨발로 눈위에 선다. 현주 , 현숙도 따라서 신을 벗는다. 현주와 현숙이가 발이 시려 깡충깡충뛰는 모습을 보자 한수와 송자가 소리내서 크게 웃는다.

송자 :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처음으로 소리도 내서 웃는다, 그러다 현주, 현숙이의 발을 보고 자기 발을 내려다 본다) 코끼리 발 같다.

현숙 : 어? 뭐 코끼리발?

현주 : 엄마 발이 지금 부어서 그래.. 부기 가라않으면 엄마발이 제일이뻐. 엄마 부기 내리면 내가 언니꺼보다 더 예쁜 뽀족구두 사줄게.. 빨간색으로..

송자 : 정말?

한수 : 여자라고 뽀족구두는 .. 뒤뚱뒤뚱 잘 걷지도 못하면서..

현주 : 아니다뭐... 뒷굽 굵은걸로 사면 되죠.. 그쵸 엄마.

송자 : 어.. 어..(끄덕끄덕)

현숙 : 아니다. 엄마.. 구두 만드는 가게 가면 되잖아. 뭐하러 부기 내릴때까지 기다려? 우리 내일당장 이쁘구두 맞추러 가자...

한수 : 그럼..내.. 이쁜 양장한벌 해주지.. 니네 엄마 이래봐도 처녀때 한 몸매 했던 사람이야..

송자 : (아주 환하게 웃는다)

온가족이 웃는 화면 위로 현주의 나래이션이 흐른다.

현주 na : 그리고 눈 녹는 봄에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자식들이 서운해 할까봐, 자식들 마음의 한을 풀어주시고, 딱 1년을 그렇게 아프시고 조용히 가셨습니다. 당신의 평소 성격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주무시듯 그렇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