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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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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BY 현정 2010-08-11

#1. 서울 현주 자취방

나영이 저녁 준비를 하고 있고, 현주 들어온다.

현주 : 나왔어.. 언니..

나영 : 시간 잘 맞춰 오셨네...

현주 : 음.. 냄새 좋다..뭐야?

나영 : 오삼 불고기..

현주 : 우와(냄새를 킁킁 맞는다) 오늘 뭔 날이야?

나영 : 짜잔...(가방에서 양주를 꺼낸다.)

현주 : 어.. 뭐야? 정말 오늘 뭔 날인가보네..

나영 : 너 정말 오늘 뭐날인지 몰라?

현주 : (멍) 뭐날인데? 달력을 본다. 어!!!

나영 : 바보야... 으구 이 멍청아.. 지 생일도 몰라요..

현주 : 생일....흐흐

나영 : 집에서 케익이라도 자르고 오는줄 알았지... 지금 집에서 오는길 아니야?

현주 : 집에서 오는거 마자...

나영 : 그런데? 아빠도 언니도 몰라?

현주 : (긴 한숨)...

나영 : 어.. 애봐라...

현주 : (슬픈 표정으로 앉는다) 언니... 나... 못된 앤가봐..

나영 : 무슨 시나락 까먹는 소리야? 또 이건...

현주 : 오늘 아빠한테 막 대들었어..

나영 : 네가? 집에서 찍소리도 못하는 천하의 물탱이가?

현주 : 어.... 언니랑도 싸우고..

나영 : 왜.. (알만하다는 얼굴)

현주 : (눈물을 흘린다) 언니...(나영에게 안긴다)

나영 : (현주의 등을 두드려 준다) 그래.. 그래...지금 서로 날카로워져서 그럴거야..

현주 : 언니.... 왜.. 우리집은 이런거야? 남들은 아프면 서로 위해주는데.. 왜.. 우리는 서로 손톱 세우고 할퀴고 상처를 내는 거야?

나영 : 그래.. 울어.. 니가 여기서 안울면 어디서 울겠니.. 이바보야. .너도 힘들면 힘들다고 티를 내.. 왜 혼자만 맨날 씩씩한척 하냐고.. 속으론 여려 빠진 것이....

현주 : 언니...(안긴다)

나영 : 야.. 야..(코를 킁킁대가 현주를 밀쳐내고얼른 나간다.) 오삼불고기 탄다...

현주 눈물을 닫으며 웃는다.

#2. 카페안

상영과 현주 마주 앉아있다.

상영 : (봉투를 내민다) 이거... 올거라고 기대는 안해... 그렇지만 너에게는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현주 : (봉투를 한번 보고 손대지는 않는다.) 친절해서 고맙네.. 그런데.. 이렇게 까지 친절한 필요는 없어.

상영 : 그냥 좋은 친구사이로 계속 만나면 안될까?

현주 : (상영을 쏘아보며)너.. 지금 장난해? 약혼까지 했던 사람이 친구? 허.. 너 지금 나보고 너 세컨드 해달라는 소리 아니야?

상영 : 야.. 또 .. 뭘.. 그걸 그렇게 받아들여? 그냥.. 사람 만나는것도 쉬운 인연은 아니고..

현주 : 됬거든.. 지윤이에게나 신경쓰셔... 개.. 내 그림자만 봐도 신경 바짝 조이는 애니까...

상영 : 야.. 너 지금 나만.. 죽일놈 만드는데.... 나도 할만큼 했어...

현주 : ....(깊은 숨 한번 쉬고 상영을 본다)

상영 : 너.. 엄마 병간호 한다고 나보고 웃어준게 언제인줄 알아? 그리고 툭하면 나한테 짜증내고.. 너.. 우리엄마하고 약속하고 바람맞힌 것은 또 몇 번인데....

현주 : 엄마.. 엄마... (비아냥 거리며) 왜.. 그땐 저런모습이 안보였을까?

상영 : 야?

현주 : 나지금 너한테 무지 감사하거든..

상영 : 뭘감사해?

현주 : 너같은 마마보이에게서 나 탈출 시켜준거.... 그런데.. 나 너 결혼식에 축의금 낼만큼의 여유가 지금 없거든... (현주 일어난다) 대신 내.. 말로는 선심 써주지.. 잘살아라.. 벽에다 과녁 그려서 똥으로 다트 할때까지...(현주 나간다)

상영 : (어이없다는 듯 당황하며) 야.. 이현주.. 야...

#3. 현주집 건너방

현숙이 배깔고 책보며 전화하고 있다.

현숙 : 뭐 크리스마스 파티? 나도 가고싶다. 야야.. 내가 어떻게 가... 엄마가... 어.. 어... 종환씨도? 거기? 그럴까? 알았어.. 한번 물어는 보지.. 뭐.. 확률은 희박하지만.. 어...어.. 그래... 아안노옹....

현숙 : (전화기를 내려놓고 일어난다) 아이씨.. 뭐라고 말을하지? .. 종환씨도 간다는데... 미숙이가 확실히 밀어준다는데...... 어.. 뭐라고 해야 갈까?

현숙 : 아빠한테 부탁해볼까? 현주 기집애가 지난번 아까 부아를 확 긁어놔서... 괜히 나만 피해보잖아.. 아이씨.. 몰라몰라...

한창 말설이다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들고 현숙 전화를 건다.

현숙 : (조바심 내며 수화기를 대고 있다. 입술에 침이마르는지 혀로 입술을 적신다)

전화기 너머 소리... : 뚜... 뚜... 네.. 한국그룹 정다영입니다.

현숙 : 네.. 이현주씨 부탁드립니다. 네..(잠시 기다린다)

현주 : (잠시후 전화를 건네 받는소리가 난다) 네.. 이현주입니다.

현숙 : 나 언니다..

현주 : 어.. 언니? 참.. 언니 미안한데 나 이번주 못내려 갈것같아.. 연말이라.. 많이 바쁘네...(뭐가 계속 일하는 분위기)

현숙 : (인상이 찌그러진다) 그래??

현주 : 언니.. 너무 미안해... 그대신 내 바쁜거 끝나는 대로 휴가내고 며칠 봐줄게... 미안.. 언니.. 이번주 다음주 두주정도 못내려갈게 같아.. (서류를 전해주며) 이거.. 여기 이렇게 하면 안되죠.

현숙 : 어? 뭐라고?

현주 : 아니야. 언니보고 한소리.. 이거 다시 작성해서 6시까지 주세요... 어.. 언니.. 미안..

현숙 : 너 바쁘구나..

현주 : 어 미안.. 언니.. 어디까지 예기했지?

현숙 : 아니야.. 알았어.. 끊을게..

현주 : 언니??(다급하게)

현숙 : (전화기를 내려놓으려다 다시 든다) 왜?

현주 : 할말있어 전화한거 아니야? 해봐

현숙 : 어.. 저.. 싫은 말이야...

현주 : 왜? 말해..

현숙 : 저.. 그 ..통역사 공부하는 사람들이 크리스 마스에 파티.. 한다고 하는데.. 말이야..

현주 : 그래서... 간다고?

현숙 : 아니.. 뭐. 꼭.. 가고 싶다는 것은 아니고...

현주 : 알았어..

현숙 : 뭐(입꼬리가 올라간다)

현주 : 알았다고... 그때쯤이면 바쁜거 끊날거 같아.. 가능하면 하루 휴가내고 내려갈게...

현숙 : 야호..!!!

현주 : 나 바빠서.. 이만... 그럼. 끓을게..

현숙 : 알았어.. 수고해..

현숙 전화를 끊는다. 좋아서 춤을 춘다.

#4. 명동거리

크리스 마스 이브라 거리는 온통 트리로 장식되 있고 상점마다 캐롤이 울리고 있다.

현숙과 미숙이 쇼핑을 하고 있다.

현숙 : (들떠있다) 어떤옷 살까? 구두도 사야지.. 아.. 쇼핑한지가 너무 오래되서 입을옷이 없어..

미숙 : 너 원래 센스 좋잖아..

현숙 : 그것도 옛날 예기다.. 쇼핑도 하두 안하니까.. 감각이 줄어... 이젠 트랜드가 뭔지도 모르겠다.(그러다 지나가는 한쌍의 커플을 유심히 본다. 연인들 심하게 밀찰되 있다.) 저.. 저.. 땀띠나것다. 날도 춥지도 않구만.

미숙 : 야... 그러니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하지.. 괜한데 시비걸지마.

현숙 : 노처녀는 무슨.... 나 이래봐도 아직 카페에서 신분증 보여달라고 한다..

미숙 : 붹.... 너 요즘 거울 안보고 사니? 너 네집 거울 다 깨졌어?(까르르)

현숙 : (까르르 ) 하긴.. 요즘 내가 병수발에 폭삭 삭았지.. 뭐...

미숙 : 그래? 내가보긴 더 뽀에지기만 했구만.. 얼굴도 토실토실.. 둥근해가 떴습니다..(손동작에 노래까지..)

현숙 : 야.. 이 기집애가..(미숙을 때리는 시늉하며 둘이 쫓고 쫓긴다.)

현숙과 미숙 이쁘게 장식된 구둣가게 앞에 선다.

현숙 : (손가락으로 쇼 윈도우 안을 가리키며) 야 조거 이쁘다. 그치..

미숙 : 음.. 그래.. 역시.. 현숙이는 감각은 알아줘야해..

현숙 : 살까? 얼마지?

미숙 : 야.. 너가 돈이 어딧어? 백조가... 엄마 병수발하느라 일안하지도 꽤 됬잖아.

현숙 : 있어... 들어가자..(가게안으로 들어간다.)

#5. 현주집.

가지만 앙상한 나무위에, 장독위에 하얀 눈이 소복히 내려앉고 있다. 송자가 마루의 유리문 뒤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휠체어에 앉아있다.

박박 밀었던 송자의 머리카락이 제법 길어 삐죽삐죽해졌다.

현주 : (담요를 들고 방에서 나온다.) 엄마 안추워요?

송자 : (고개를 졎는다.)

현주 : (송자에게 담요를 덥어주고, 목에 목도리를 해주고 모자를 씌워준다.) 엄마 감기 걸리면 안되요. 우리 엄마는 감기 걸리면 큰일나요(큰 손동작으로 오버한다) 엄마.. 우리끼리.. 케익사다가 크리스마스 축하할까요?

송자 : (현주를 보고 웃는다. 끄더끄덕) 딸기 케익(밝음이 잘 안되는듯 )

현주 : (아기 다루듯) 그래요.. 그래요.. 내가 얼른 가서 딸기케익 사올게요..(송자를 안는다)

현주 나레이션 : 미안해요. 엄마. 엄마가 이렇게 라도 살아계셔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엄마. 딱 일년만. 딱 일년만 더 살아계세요.

현주 : (송자의 휠체어를 밀려고 한다) 엄마 나. 케익사올게 방에서 기다리세요.

송자 : (현주의 손을 잡는다. 막으려는듯) 시러.. 여기서 기다릴거야.

현주 : 엄마.. 감기걸리면 엄마 큰일나..

송자 : (어린아이처럼 고집을 부린다.) 시러.. 시러..

현주 : (단념하듯 방으로 들어가서 전기 난로와 이불을 하나 더 꺼내온다.) 엄마 그럼 이거라도..(이불을 송자의 어깨위로 덥는다, 그리고 전기 난로를 켠다, 현주는 외투를 입는다.) 엄마 그럼 나 맛있는 빵집 못간다. 요 앞에 가서 사와야해. 그래도 돼?

송자 : (해말게 웃으며 끄덕 끄덕) 막국수도.

현주 : (어이없는 웃음) 엄마.. 지금 겨울이야... 그리고 크리스마슨데.. 막국수가 어딧어?

송자 : (금방 시무룩) 그래도 먹고 싶은데..

현주 : 알았어요. 알았어요.. 막국수집 들려볼게...(현주 송자를 단속하고 나간다.)

눈이 계속 내리고 송자는 그 모습을 재미있는듯 계속 보고 있는다. 현주는 외투를 입고 나와 송자 옷매무새를 다시 만져주고 대문을 나간다.

#6. 구둣가게안.

남자 점원이 나온다.

점원 : 어세오세요.

현주 : (아까구두를 가리키며) 저것좀 보여주세요.

점원 : 네.. 사이즈가 어떻게 되시죠?

현주 : 230이요.

점원 : (구두를 가져온다.) 와.. 큐티 사이즈시네요.

현주 : (의자에 앉아 구두를 신어본다) 어때?(미숙을 보고)

미숙 : 글세.. 지금 너 옷하고 구두하고 안어울리니까. 몰라.

현주 : (옆에 거울을 보며) 글치... 옷이 너무 캐주얼하니까.. 구두가 너무 튄다.

점원 : 어머 발 너무 이쁘다.. 언니 옷 잘차려 입고 나가면 이 구두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보다 더 빛날텐데.. 뭐...

현주 : (좋아서 거울에 비친구두를 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지고 구두를 벗는다) 그럼.. 나중에 옷 잘차려 입고 다시 올게요...

현주, 미숙 가게를 나온다. 점원은 뭔가 말을 잘못했나 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본다.

#7. 명동(구두가게앞)

현주 구둣가게를 나오며 쇼윈도우 안에서 점원 투덜대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띄운다.

미숙 : (점원을 보고 현숙을 본다)왜 안샀어? 무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던데..

현숙 : 응... 이뻤어..

미숙 : 뭐처럼의 기분전환인데.. 한번 질러보지 그랬어..

현숙 : 가격표 봤어?

미숙 : 아니..

현숙 : 그거면 우리엄마 막국수 열그릇은 더 사드릴 수 있어.

미숙 : (순간 발을 멈추고 현숙을 본다) 너 돈 있다며...

현숙 : 그돈. 응 나 돈있어. 그런데..

미숙 : 그런데...

현숙 : 못쓰겠다.

미숙 : 왜?

현숙 : 내가 벌어 내꺼 살땐 몰라는데.. 그돈.. 현주가 나 준 용돈이다.(현숙의 목소리가 메인다.) 현주혼자 벌어서 엄마 병원비 내고, 생활비 주고... 자기도 넉넉지 않을텐데.. 오늘 나 휴가 주면서 용돈도 주더라... 그걸로 오늘 신나게 즐기라고...

미숙 : (현숙을 바라본다.) 참..

현숙 : 엄마 의료보험 혜택도 못받아서 병원비랑 수억나왔는데.. 그거 혼자 다 떠안고.. 자기는 밥값 아낀다고 굶고 다니면서.. (미숙을 보고) 그러니.. 나 이돈 못쓰겠다.

미숙 : ....참 기집애도... 너 일년 만에 처음 쇼핑하는 거야.. 그냥사..

현숙 : 아니.. 이걸로 엄마 구두 살래..

미숙 : 엄마? 걸을수 있으셔?

현숙 : 아니.. 그냥 그러셔... 갑자기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지는 않아.. 그냥.. 조금만더.. 조금만.. (현숙 눈에 눈물이 고인다.)

미숙 : 어차피 사봤자 못신으실텐데.. 뭐하러..

현숙 : 혹시알아? 구두 사다놓고 고사지내면 그거 신고 싶어서라도 뛰어다시실지...

미숙 : .... 나참.. 너두 현주보다 나을거 없다.. 둘이 똑같애.. 누가 자매 아니랄까봐. 생긴 것은 달라도 결국은 자매다.. 집등신..

현숙 : 그냥 조금만더.. 더.. 이런 생활도 적응 되나봐..(밝게 웃으려 애쓴다)

미숙 : (갑자기 분위기를 바꾼다.) 야.. 저기.. 케익 시식있나봐.. 가자..(손가락으로 사람이 뽀글뽀글한 빵집을 가리킨다)

현숙 : (미숙의 손에 이끌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