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포집

한수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다. 주인여자 한수의 앞에 자리를 잡는다.

여주인 : (잔을 내밀며) 나두 한잔 주시구려..

한수 : 장사 안해요? (술을 따른다)

여주인 : 오늘은 영.. 손님이 없네요. (소주를 한잔 마시고 다시 잔을 한수에게 준다.) 그런데.. 왜 오늘은 혼자드슈??

한수 : (그냥 대답없이 소주를 마신다)

여주인 : 내 귀동냥으로 들으니 마눌님이 아프신가 보든데...

한수 : 네...(한숨을 토해내듯)

여주인 : 내 참 그 마눌님이 부러워서 그렇소.

한수 : 부럽다니. 별개 다 부럽소...

여주인 : 내. 아파보슈. 누가 나 피죽한그릇이라도 가져다 줄 사람있나.. 이년의 팔자는 그저 내가 꿈지럭 거려야 내입에 멀건 죽 한숟가락이라도 떠 넣을수 있는팔자니...

한수 : 왜.. 아무도 없어요?(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여주인 : 네.. 혼잡죠.. 팔자가 드세니 이렇게 물장사 하며 먹고 살겠죠.

한수 : 결혼은 안했어요?

여주인 : 했죠.. 아니 했었죠...애도 나아봤죠..

한수 : 그럼.. 남편하고는 헤어져도 애는 있을거 아니요?

여주인 : 죽었수다...

한수 : 거.. 미안하우.. 내 괜한걸 물어서..

여주인 : 이젠 가슴에 구둔살이 배겼는지.. 이젠 괜찬네요.. 그녀석 보내고 십년은 이름도 못부를 만큼 아팟는데.. 지금은.. 이렇게 말할수 있으니 내 심장에 구둔살이 단단히 밖혔나 보네요..

한수 : (말없이 술따른다)

여주인 : 그 죽은게 딸이였는데.. 지금생각하면 다행이지 십네요.. 살아서 이런 술집여자 딸래미라고 놀림받고 멸시 받는니 차라리 아무것도 모를 때 훨훨 날아가 좋은 부모 만나서 다시 태어나면 그게. 훨씬 더 나을거란 그런 생각을 하네요... 휴....

한수 : 이게 뭐 술집이야.. 다 먹고 살라고 하는 것이지.. 안그래? 이것도 어엿한 장사인데.. 그럼 사장님이시구만..

여주인 : 사장님? 거 듣기 좋네.. (일어나 소주를 한병 더 가져온다.) 기분이다 이건 서비스요.

한수 : 에게 사장님이 겨우 소주한병 서비스에요? 쩨쩨하게스리...

여주인과 한수 술자리가 이어진다. 두사람다 거나하게 취할때 대림이 들어온다.

대림 : 어. 이게 무슨일이야? 둘이서.

한수 : 어서와(술취한 음성) 친구.. 여보게 친구...

세사람 어울려 술자리 하는 모습에서 fade out

#2. 현주집 방안

송자가 자고 일어난다. 현주 슬프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송자 : 엄마(현주를 보고)

현주 : 네.. 일어나셨어요. 시장하지 않으세요? 저녁 차려 드릴까요?

송자 : 네..

현주 : 엄마. 우리 뭐먹을까?

송자 : 막국수.

현주 : 왜 맨날 막국수야? 우리 오늘은 좀 좋은거 먹자... (생각하다 ) 엄마 우리 갈비먹자. 소갈비..

송자 : 소갈비? 저 그거 먹어도 되요?

현주 : 엄만.. 무슨말을 .. 그럼 먹으라고 있는 음식인데..

송자 : 그거 오빠만 먹는거잖아요. 그거 나같은 여자애가 먹으면 안되는데...

현주 : 엄마...(현주또 눈물난다) 그런게 어딧어? 여자는 뭐 사람아니야?

송자 : 아니 여자도 먹어도 되요. 그거 아빠 애인이 먹었어요.

현주 : 아빠 애인? 외할아버지 바람폈어? 우와.. 그런 선비가?

송자 : 아니 우리아빠 말고. 당신 아빠요?

현주 : 네? 엄마.. 우리아빠? 이한수 .. 이한수 아빠 말이야? 송우경 아빠 아니고?

송자 : (고개를 끄덕끄덕) 저기 저 미소집 애인..

현주 : 미소집( 뭔가 기억난 듯) .. 우리 저 춘자 언니네 살 때 그 길가 방석집? 거기 마자?

송자 : 네.... 거기 아빠 애인이랑 아빠 소갈비 먹었어요. 나는 안주고..

현주 : (송자를 보고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엄마. 그 속앓이 혼자하고 있었던거야? 우리도 모르게.. 그런거 그렇게 속앓이 하다 그래서 병걸린거야?

송자 : 뽀족 구두도 사주고. 그랬어요..

현주 : 엄마...(송자를 안는다) 내가 사줄게.. 그때꺼보다 더 이쁘고 더 비싼걸로 내가 사줄게요...

송자 : 네.. 고맙습니다.

현숙 : (방에언제 들어왔는지 그 장면을 보고 운다. 한참을 서있다가) 엄마.. 그 여자보다 엄마가 백배는 더 이뻐...

현주 : (떨어져 현숙을 본다) 알고 있었어?

현숙 : 어...(앉는다) 엄마가 나 데리고 그 여자 사는 데 갔었어..

현주 : 난 왜 기억이 없지?

현숙 : 넌 어려서 기억이 없지.. 네가 무슨 천재인줄 알어? 네가 겨우 아장아장 걸을때니고 아마 내가 5,6 살정도 되었을거야... (웃음) 그때 엄마가 가니까. 그 여자가 그 비싼 콜드크림을 꺼내서 머리에 척척 바르더라..

현주 : 콜드크림? 그걸 왜 머리에..

현숙 : (웃음) 머리 잡으면 미끄러 지라고.. 한두번 머리채 잡혀본 여자가 아닌가봐.. 나두 콜드크림의 용도를 한참 후에나 알았으니까..

현주 : 그런데..

현숙 : 그날 저녁에 아빠가 그여자 찾아갔었다고 밥상을 뒤집어 엎었어. 그 상 깨진 것을 엄마는 몇 달을 가지고 있다가 상 고치는 아저씨 오시니 그때 고쳐서 쓰더라. 그게 지금 우리가 쓰는 상이야..

현주 : (눈물이 핑돌아 엄마를 본다)

현숙 : 그러고 한참동안 아빠가 그여자 집에서 살았던거 같아.. 엄마가 나랑 너 업고 시장보러 갔었는데 내가 10원짜리 어묵인지 촌떡인지 사달라고 시장에서 때쓰다가 정말 시장부터 맞으면서 질질 끌려 집까지 왔었던거 기억해.. 우리엄마 정말 지독했지.. 그런데. 아빠는 그 여자랑 소갈비집에서 나오더라.. 아빠 몸에서 나는 소갈비 냄새 가 얼마나 맛있게 느껴지는지... 나두 그 고기 먹고 싶다고 엄마한테 며칠 때쓰다가 엄청 맞았던 거 기억나... 나 자라면서 큰놈이라 더 맞았다... 넌 어리니 아무것도 모르니.. 아빠, 할머니가 속상하게 하면 나 무지 맞았어.

현주 : 그런데 왜 그동안 아무말도 안했어?

현숙 : 뭐 좋은소리라고 동네 방네 떠벌여... 자꾸 말해봤자. 엄마 가슴만 더 아프지.. 그런데.. 지금 정신 없을 때 그소리 하는거 보니... 그게 많이 가슴에 맺혔었나 봐..

현주 : (엄마를 처다본다)

현숙 : 아까.. 미안해.. 나도 엄마 보내고 싶지 않아. 그냥.. 내 신세가 한심해서 그런거지..

현주 : 미안해... 나도. 엄마. 밥도 못먹고 그릇다 업어뜨려 놓고. 오줌싸고 기죽어서 혼날까봐 구석에 있는데 눈이 확 뒤집어 지더라고. 그리고. 엄마가 때리지 마세요.. 그러는데....

현숙 : 때리지 말라고?

현주 : 어.. 웅크리고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그러던데? 언니. 안 때렸어?

현숙 : 어.. 내가 어떻게 엄마를 때려.. 설마..

현주 : 설마.. 아니겠지..(둘다 시선이 엄마를 향한다)

현숙 : 설마..

현주 : 언니야.. 미안하지만 되도록 언니가 엄마 옆에 있어줘...

현숙 : .....

현주 : 어차피 아빠는 엄마하고 피한방울 안섞인 남이잖어.. 뒤돌아 서면 바로 남이 될수 있는사람인데..

현숙 : 설마.. 그래도

현주 : 그냥.. 부탁할게...

현숙 : ....

#3. 대포집

여주인 한수, 대림, 젓가락 장단에 노래를 부른다. 여주인이 한수에게 심하게 밀착되있다.

현주 들어온다. 갑자기 분위기 싸늘하다.

한수 : 네가 여긴 왠일이야?

현주 : (대림을 째려보고, 여주인을 본다)

여주인 : (얼른 일어난다) 그럼.. 드세요...

한수 : 여긴 무슨일이냐고.. 여긴 왜 와서 흥을 깨..

현주 : 집에 고모랑, 작은 아버지 오셨어요.(눈은 대림을 여전히 째려본다)

대림 : 애는 어른보고 인사하는 것도 안배웠냐?

현주 : 사람보고 인사하는 것은 배웠어도 짐승에게 인사하는 것은 안배웠죠..

대림 : 뭐야??

한수 :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아빠 친구에게..

현주 : 친구? (한수를 원망섞인 눈으로 처다본다) 친구? .. 친구라는게 친구 마누라 병들어 누워있는데 여자 소개시켜 주고 돈 빼갈려는게. 그게 친구야? 자기딸 대학보낸다고 친구딸 등록금까지 뺏았어가는게 친구냐고...

한수 : (버럭)현주야...

대림 : (뒤로 슬금 슬금 피하며)그년 그거.. 눈.. 쪽 째진값 한다고...

현주 : (대림에게) 야.. 내가 너같은거 한테 년소리 들을만큼 하찬은 사람 아니야...

한수 : (현주의 빰을 때린다)

현주 : (눈물글썽) 왜.. 왜 나를 때리는데.. 아빠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때릴수 있는데.. 저 새끼 때문에 나..나 .. 유학 못갔어.. 저 세끼 딸 등록금 대준다고 아빠 나 ... (울음을 삼치고) 내가 유학같으면 지금 이렇게 안살아... 저새끼 딸은 돈지랄하러 미국갔는데.. 그런데.. 그런데.. 이게 뭐야..(대림를 노력보며) 지금 엄마 아파서 누워있는데.. 아빠는 노래소리가 나와?

한수 : 그러면.. 너네 엄마 아프다고 나도 같이 누워있어야 하는거야? 난 내 삶이라는 것이 없냐고..

현주 : 아빠 그동안 수십년동안 싫컷 혼자 잘 놀았잖아. 집에있는 우리는 먹는지 굶는지 관심도 없었잖아.. 엄마 아니였으면 우리 다 어떻게 됬을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그런데.. 이게 뭐야?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한수 : 이게 아빠한테 짓이이라.. 짓..

현주 : 그래.. 짓.... 아빠. 우리식구가 어떻게 살았는데. 아빠 밖에서 사장님소리 들을때 우리 어떻게 살았는데. 엄마가 우릴 어떻게 키웠는데..

한수 : (분노에 손까지 떤다)너.. 다신 내앞에 나타나지마..

현주 : 네.. 네... 없어져 드리죠.. 엄마도 데리고.. 그러면 좋으시겠어요.. 네.. 잘살아보세요.. (대림이와 여주인을 돌아다보며) 저것들이아빠 돈 다뜯어먹고 어떻게 버리나 잘 기억해 두세요.. 그때 돼서 나 찾을생각하지 말고요.

현주 문을 콱 닫고 나가 버린다. 한수 소주를 들고 마셔버린다.

대림 :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무슨 기집애가 저모양이야.. 저거 누가 델구 갈지 걱정이다.

한수 : 니가 왜 남의 딸걱정이야?(소리를 버럭)

대림 : 아깝짝이야.. 왠 소리는 ..

한수 : 에이씨... (나가 버린다.)

대림 : 그래도 지딸이라고 역성은?

여주인 : 아휴.. 그 딸 성격 대단하네...

대림 : 그년 만 아니면 저 돈 다 내껀데..

여주인 : 퇴직금이 많아요?(응흉한 미소)

대림 : 명퇴비 많이 준다고 소문난 곳이니까.명퇴니까... 꽤 받았을걸..

여주인 : 아휴..그런데 저 딸 성질보니... 쉽지는 않겠네... 뭘.... 이거 괜히 진만 빼는거 아닌가 몰라...

대림 : 걱정마... 저 한수 저거 완전 물이라니까...

여주인 : 어디.. 믿어두 돠나...

두사람의 음흉한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