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주집
현주집은 나무 마루가 있는 1980년대 서민 가정. 마당에는 몇구루의 나무와 꽃이 있고, 화장실은 재래식이고 연탄불을 피운다. 마루에는 유리문이 있다.
현주가 힘없이 들어선다. 대문을 열고 들어선 현주. 마루에 올라서서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잠깐듣는다. 잠시후 현숙이 나온다.
현숙 : 수술끝났어?
현주 : 어..
현숙 : 어떻데?
현주 : 늘 똑같은 소리지 뭐... 수술은 성공적이라고.
현숙 : 그럼, 지금 중환자실에 계셔?
현주 : 아니.. 이번에는 간호사실 옆에 집중치료실에 계서. 거기서 좀 지켜보고 병실로 간데..
현숙 : 그럼 너 왜들어왔어?(인상을 찌뿌린다. 자기가 가야하냐는 듯)
현주 :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출근했다 바로왔잖아.
현숙 : 그래.(안도하는 듯)
현주 : 아빠는?
현숙 : 일 나가셨어.
현주 : 응....(힘없이 대답하고 유리문을 열고 마루로 들어간다)
#2. 현주집 샤워실
샤워실이라고 해도. 수도에 고무 함지하나 달랑있다.
현주.. 엄마를 퇴원시키면 어떻할지 한참을 천천히 샤워실을 둘러본다.
현주 : (혼잣말로)돈 많이 들어가겠다. 샤워실하고 화장실하고 개조할려면...
#3. 현주집 마루
전화벨이 울린다. 현주 샤워를 마치고 나오다 뛰어와 전화를 받는다.
현주 : 여보세요..(헉헉)
상영 (전화): 어!! 너 .. 집에 있었어?
현주 : 어.. 왜
상영 (전화) : 너! 내 삐삐 못받았어?
현주 : 봤어... 미안해.. 연...
상영(전화) : 야.!(소리지른다) 그런데.. 삐삐 씹어먹었어? 난 또 걱정했잖아. 무슨일 있는줄 알고.. 몇시간씩이나 연락 안되고..
현주 : 미안해... 그런...
상영 (전화 ) : ...뚜뚜...(상영 전화를 끊어 버린다)
현주 : (아주 속상한 표정으로) 애인이라고... 이럴 때 좀 따듯하면 안돼니?(전화기를 처다보고.. ) 그래.. 세상은 어차피 혼자니까...( 전화기를 내려 놓는다.)
현숙 : (화장실에서 나온다. 팔을 휘휘 저으며 냄새를 날린다) 아후.. 냄새...
현주 : (현숙을 처다본다)
현숙 : 뭘봐..... 화장실 냄새 날리는거 첨봐?
현주 : 언니..
현숙 : 왜?
현주 : 화장실 수리해야 하나?
현숙 : 무슨수리?
현주 : 엄마 퇴원하면 가장먼저 화장실이 걸리잖아. 쪼그리고 앉지 못하시는데..
현숙 : 글취.. 잘못해서 빠지기라고 하시면 더 큰일이고, 이 집에서는 환자 간호하는거 무리야..
현주 : 그렇다고 어디 요양원 같은데.. 보내기도 싫고, 그럴 형편도 안되고..
현숙 : 화장실 수리하면 나야 좋지.. 저 냄새(으스스를 친다) 안맞고...
현주 : 많이 비쌀까?
현숙 : 글세.. 아마 꽤들걸... 견적이나 뽑아보지뭐...기왕 하는거 비데도 설치하면 좋겠다. 엄마한테도 좋을거 같다.
현주 : 그럼 언니한번 뽑아봐.. 난 옷갈아입고 병원갈게...
현숙 : 밥은?
현주 : 엄마 남기는 밥 좀 얻어먹으면 되... (방으로 들어간다)
#4. 아파트 경비실
한수가 경비복을 입고 경비실로 들어선다. 경비실에는 한수보다 한참 나이많은 김씨가 있다.
한수 : 수고하셨습니다.
김씨 : (코를 킁킁거리며) 어 .. 한잔 했나보네...
한수 : (살짝 당황) 네.. 냄새 많이 나요?
김씨 : 어서 가서 양치하고 와.. 부녀회장 알면 바로 짤려(손으로 목자르는 시늉). 뭐. 근무태도가 어쩧다나 저쩧다나.. 돈이나 많이 주며 그럼 말도안하지.. 쥐꼬리고 못되는 벼룩이 꼬랑지를 주고는...
한수 : 벼룩이도 꼬랑지가 있어요?(웃는다. 칫솔을 꺼낸다) 그럼 나 양치하고 올동안만 좀 봐줘요..
김씨 : 그런데 왠 대낮부터 술타령이야? 마누가가 또 안좋은가?
한수 : 네.. 또 수술 들어가는거 보고 왔어요..
김씨 : 참.. 자네도... 열남문 하나 세워줘야 겠구만.. 다 늙은 마누라 그렇게 붙들고 있는걸 보니...
한수 : 양치하고 올게요...(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