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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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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2010-08-11

#1. 카페안.

카페안에 두 데이블에만 손님이 있고, 미숙과 현숙이 파르페를 시켜놓고 마주앉아있다.

현숙이 성냥개비로 탑을 싸아 올리고 있다.

미숙 : 너 이렇게 오래 나와 있어도돼?

현숙 : (탑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수술 끝나면 현주가 삐삐 치기로 했어.. 그리고 수술하고 나선 내가 할 일 없어. 중환자실로 들어가시니까...

미숙 : 참.. 엄마한명 아프니까. 너네도 개인 생활이 없구나..

현숙 : 나만 그렇지뭐.. 우리집에서.. 뭐 나말고 누가 또 희생하는 사람있어? 나만 학원 그만두었지. 현주는 직장 그대로 다니잖아. 직장이 멀다고 평소에는 지할일 다 하고 놀다가 주말에나 삐죽 얼굴디밀고, 그것도 집에 반찬해놓는다는 핑계로 병원에는 하루만 있고....

미숙 : 참.. 큰일이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거야?

현숙 : 몰라....

미숙 : 병원비도 많이 나올텐데..

현숙 : 지난번까지는 아빠가 냈는데.. 얼마전부터 현주가 내고 있어. 의료보험이 안되니.. 좀 많이 나올거야.

미숙 : 현주 월급이 아무리 많아도 병원비 감당하기 힘들텐데..

현숙 : 개 작년에 적금탄 것 있어. 그거 꽉 쥐고 안내놓더니.. 이제 헐더라... 기집애 지꺼는 하나도 안내놔.. 개가 원래 좀 독한 구석이 있어.

미숙 : 마자.. 너네둘이 자매라 그러면 다들 깜짝놀라잖아..

현숙 : 그나저나.. 뭐 재미있는거 없나? 야.. 나 과외나 소개시켜줘라.

미숙 : 과외? 너 할수 있어? 엄마 때문에.

현숙 : 과외라도 한다는 핑계거리가 있어야 탈출하지... 이건.. 어디.. 내 몸에서도 환자냄새 (킁킁 냄새를 맡는다) 가 나는거 같아.. 이러다 내 꽃다운 청춘 곰팡이 팍팍 쓸겠다.

미숙 : 그건 그래.. 하루종일.. 병원에서... 너 통역사 시험공부라도 해보는게 어때?

현숙 : 통역사?

미숙 : 그래... 어차피 병원서 할 일도 없잖아. 주말에만 서울가서 교육들으면 되고 하니까. 주말에는 현주가 오잖아. 그러면 되잖아.

현숙 : 그래?? (눈이 반짝)

미숙 : 근데.(난처한표정) 그게 좀 비싸던데.. 책값이..

현숙 : 얼만데?

미숙 : 한....... 백.. 칠십...

현숙 : (눈똥그래 지며) 무슨 책이 그래비싸?

미숙 : 거기서만 하는거래서 그렇데...... 그 시험을 그 책을 사야지만 볼수 있고.. 하니까..(현숙 눈치 살피며) 너 돈 없잖아...

현숙 : 응... 그건 걱정마... 현주가 어차피 엄마 간병인 사면 돈 들어가니까. 내가 엄마 간병한다고 매달 얼마씩 주는거 있어.

미숙 : (반색) 그래? 그러면 지금 당장 가보자...

미숙이 현숙을 끌고 카페를 나간다. 현숙이 쌓아올린 탑이 흔들림에 무너내린다.

#2. 수술실앞.

이미 수술 3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현주 시계를 본다. 현주의 삐삐가 울린다. 현주 삐삐를 꺼낸다. 삐삐에 8282 3535라고 메시지가 뜬다. 상영의 메시지다. 현주 그대로 삐삐를 집어 넣는다.

현주 깊은 한숨을 쉬며 회상한다.

#3. 병원 앞(회상)

병원 앞. 건물위의 시계가 아침 10시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번호판의 택시가 병원 앞에 멈추고 현주가 급하게 내려 서둘러 병원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4. 병실 앞(회상)

병실앞에는 한수와 현숙이 걱정스러운듯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걱정스러운듯 서성대고 있다. 현주 뛰어서 들어온다.

현주 : 엄마는(숨을 헉헉몰아쉬며)

한수 : (현주를 보자마자 무섭게) 저기집애. 여기가 어디라고 얼굴을 디밀어? 엄마에게 무슨 독약을 가져다 준거야?

현주 : (멈칫) 무슨 독약이요?

현숙 : (한수를 막아서고)너가 가지온 한약인지 뭔지 드시다가 혈압약을 안드셔서 혈압이 높아져서 지금 엄마 쓰려지셨잖아.

현주 : 설.. 마...

한수 : (혀를 끌끌차며) 잘난 척은 독판하고..

의사와 간호사 병실에서 나온다. 한수가 의사를 붙잡고 말을 걸고, 간호사는 그대로 지나쳐 간다. 의사는 젊은 인턴.

한수 : (의사에게로 간다) 아구!! 선생님.. 우리 ... 저사람.. 좀 살려주싶시오..

의사 : 좀 경과 봐서 수술하시죠. 내일일단 혈관 조형술이라는 것 하겠습니다.(간다)

한수 : 현숙아.. 엄마 네가 간호해라.. (현주을 보고 아주 못마땅한 듯 처다본다)

현숙 : 네..(병실로 들어간다)

현주 : (죄인인것처럼 기죽어있다가 가방에서 의료보험 카드를 꺼낸다) 아빠.. 이거..

한수 : 뭔데..(받는다) 일찍도 가져온다.. 엄마 쓰러뜨리고 이제 가져와.

현주 : (아무말 없이 고개만..떨군다)

현주의 약혼자 상영이 뛰어들어온다.

상영 : (인사한다) 아버님.. 어머님은요.?..

한수 : (반색을 하고 반긴다) 아이고, 한서방...(상영을 붙잡고 안는다)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는데.. 수술은 경과 봐서 한다네..

상영 : (같이 의자에 안는다)어쩌시다가..

한수 : 아침에 화장실 가더니만... 한참을 지나도 안나와서 가봤더니.. 거기 쓰려져 있는거야..

상영 : 혈압높으신분들은 화장실 조심하셔야 하는데요.. 더군다나 요즘 장모님 벌써 한번 쓰러지신 적도 있는데.. 조심좀. 하셨어야 하는데....

한수 : (못마땅한 듯 현주를 처다보고) 재가 사온 뭐.. 한약인지 뭔지 믿고 먹다가..이렇게 됬지...(자기 옷을 보고) 나 집에가서 옷좀 갈아입고 오겠네.. 경황이 없어서 옷도 그냥 잠 자던채로 나왔네.

상영 : 네.. 아버님.. 다녀오세요..

한수 간다. 한수의 뒤를 배웅하던 상영이 현주에가 다가간다.

상영 : 아침안먹었지? 어디서 뭐좀 먹자.

상영이 조용히 울고 있는 현주를 데리고 나간다. 현숙이 병실에서 나오다 현주의 뒷모습을 쏘아본다.

#5. 카페안.(회상)

종업원에게 상영이 주문하고 있고, 현주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카페안에는 손님이 없고, 아직 준비하는 중이다.

상영 : (메뉴판을 주며) 샌드위치랑. 우유는 따뜻하게 데워주세요.

종업원 : 네... (메뉴판을 들고간다.)

상영 : 회사는?

현주 : 다영언니에게 말하고 왔어. (시계를 본다) 지금은 회의 시간이니까. 좀있다 전화해 봐야지..

상영 : 한약때문이라니.. 그건 무슨소리야?

현주 : 지난주 집에갔더니 엄마가 코끼리 발을 하고 걷지도 못하시는 거야. 그래서 물었더니 아빠가 명퇴를 갑자기 하셔서 의료보험이 안되는줄 알고 엄마가 혈압약을 타러 병원에 안가셨대. 일반이면 약값이 무지 비싸거든.. 그래서 일단 한약방에가서 혈압조절한다는 약하고 좀 사드렸어.. 내쪽으로 의료보험 올릴때까지라도 드시라고..

상영 : 그런데...

현주 : 아빠는 엄마가 쓰러지신게 그 한약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상영 : 너도 경솔하다.. 차라리 비싸도 그냥 약 사드리지.. 그래봤자 한약값보다 쌌었을텐데...

현주 : 어차피.. 과거야.. 이제부터 엄마 어떻게 낫게 할지만 생각해야해..

상영 : 니가 뭐 할게 있겠어? 장인어른 보니 너 장모님 근처에도 못가게 하실 것 같던데..

현주 : (얼굴을 감싸며) 왜.. 의료보험 카드가 어제 나온거야... 이게 무슨 얄궂은 타이밍이냐고... 그리고 나 다음달이면 적금타는데.. 엄마랑 제주도 갈려고 부은 적금인데... 우리엄마 비행기 한번 못타봤는데...

종업원이 주문한 샌드위치를 들고 온다. 잠깐 대화가 끊기고, 종업원이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간다.

상영 : (우유를 집어주며) 야.. 이거 마시고 먹어.. 체한다. 지금 장인어른도 너무 걱정이되서 그러실거야.. 자..(매우 다정하게)

현주 : (상영을 고마운 듯 처다본며 우유를 받는다.)

상영 : (삐삐를 꺼내보이며) 그래도 그 경황없는 와중에 나한테 삐삐해줬네...

현주 : (상영을 보며 행복한 미소)이렇게 빨리 와줘서 고마워요.

상영 : 당연히 와야죠.. 1004.... 흐흐흐

현주 : 3535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오늘같은날 자기 없었으면 나 어떻게 했을까?

상영 : 애고 애기..(현주의 볼을 귀엽게 꼬집는다.) 엄마에게 전화나 해드려, 걱정하실거야.

현주 : 그래야지...(샌드위치를 한입베어물고) 매일 전화 못드릴것 같다고 전해줘. 이해는 하시겠지만.

상영 : 두말하면 입아프지. 엄마가 얼마가 마음이 넓은분인데. 우리엄마지만 그런 여자 세상에 없어. 아.. 난 우리엄마 같은 여자랑 결혼 하고 싶었는데(현주를 보며) 어쩌다 이런 까칠녀에게 필이 꼬처가지고...

현주 : (먹던 것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엄마 클론 찾아가.. 난 상영씨 엄마하고는 유전자 구조가 다른 사람이니까..

상영 : 저저.. 저.. 까칠... 애고.. 어쩔꺼야.. 저 까칠이 좋은데..

상영과 현주 마주보고 깔깔 웃는 행복한 모습과

수술실앞의 현주 얼굴과 overlap되면서 현실로 fade out

#6. 수술실 앞.(현재)

시계는 4시간을 넘어가고 있다.

현주 na: 내가 낄 자리가 없이 그렇게들 나데더니... 지금 엄마 기다리는 것은 나뿐이네요.. 엄마.. 긴병에 효자 없다더니... 그렇죠.. 아빠도 언니도 많이 지쳤죠.... 그래도 엄마.. 이대로 가시면 안되요. 이대로 가시면 난 평생 죄인이 되어야 해요. 엄마... 엄마가 그 한약 때문이 아니라고. 벌떡일어나 주셔야 해요..엄마.... 엄마랑 제주도 가려고 부었던 적금은 엄마 병원비가 되었어요. 다시 적금부어 제주도 가려면 엄마 3년은 더 사셔야 해요..(수술실 문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