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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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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2010-08-11

1. prolog

1990년대 초 대한민국 배경.

1998년 IMF의 영향으로 명예퇴직이라는 제도가 막 도입될 때다.

갑작스런 한수의 명예퇴직으로 송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의료보험에 대한 무지로 지병인 고혈압이 원인이 되어 뇌졸중을 발병시킨다.

당시에는 의료보험의 지금일수가 제한이 있을 때였다. 일 년에 3개월 정도만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때였고, 그 외에는 일반으로 진료를 받아야 할 때이다.

#1. 지방 종합병원

병원의 전경이 보인다.

자막 : 1963. 의료보험법 제정

1989. 전국민 의료보험 적용. 양국 의료보험 실시(급여기간 연간 150일)

1994. 65세 이상 피보험자 급여기간 연장 (연간 210일)

#2. 신문

IMF로 명예퇴직자 급증이라는 신문기사와 그로인한 뇌졸중 증가로 인한 병실 부족에 대한 기사가 보인다.

#3. 병원 수술실 앞

현숙과 한수가 아무 표정 없이 앉아 있다.

현주가 복도 끝에 들어선다. 현주는 잠깐 그들을 바라보며 멈추어섰다.

다시 걸어서 그들에게로 간다.

얼굴빛은 모두 어둡다.

현주 : (표정을 밝게 바꾸고)아빠...

한수 : 어.. 왔냐..(별로 반갑지 않게 )

현주 : 언니.. 엄마는? 왜 또 수술 들어간거야?

현숙 : (무심한 듯)뇌에 물이 또 찾데.. 이번에는 호수를 심장으로 박는 수술이래.. 이게.. 마지막방법이라는데...

현주 : 그래.....(심난한 표정으로) .. 아빠. 식사는 하셨어요?

한수 : 식사는... 밥 먹을 생각이 나냐? 수술비만 얼마야? 어차피.. 정상이 못된다면...(슬쩍 현주를 보고 .. 못마땅한 듯 다시 앉는다.)

현주 : (기분 상한 것 티를 안 내려고 애쓰며) 아빠. 들어가서 쉬세요. 밤에 또 일 나가셔야 하잖아요. 여긴 제가 있을게요..

한수 : 그래. 난 가서 눈좀 부칠란다. (나간다)

현숙 :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또.. 술 한 잔 하러 가시는 거지.. 뭐.. 잠자긴 뭘...(투덜 투덜)

현주 : 아빠도 좀 휴식이 필요하지 뭐.. 아빠도 몇 달 동안 자기 시간이 없으셨잖아....

현숙 : 하긴.. 그렇지.. (현주에게 비아냥거리며) 우리 집에서 제일 팔자편한 것은 너지...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주말만 삐쭉.. 얼굴 내비치고...

현주 : (얼굴이 변했다 다시 애써 평정을 찾으려 한다) 언니도 피곤하면 좀 쉬어... 수술 몇 시간이나 걸린데?

현숙 : 3시간이라고 하고 들어갔는데.. 몰라 ... 언제 의사들이 시간 지키는 거 봤어? 그리고 바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가 경과보고 일반 병실로 옮긴데..

현주 : 알았어... 내가 여기 있을게 .. 무슨 일 있으면 집으로 전화할게...

현숙 : 그래.. 그럼... 난 미숙이 만나고 있을 테니까. 삐삐로 연락해.. 병원은 119로 찍어.. 그럼 병원으로 내가 올 테니까..

현주 : 응.. 재미있게 놀아.

현숙:(발끈하며) 놀긴 누가 놀아.

현주 : 알았어..

현숙 : (그런데 바로 가지 않고 괜히 옷매무새를 본다.)

현주 : (알았다는 듯이 지갑을 꺼낸다) 미처 은행 못 들렸다 왔어. 자..(5만 원 정도 꺼내준다)

현숙 : (돈을 받아 넣는다) 그럼 수고해..

현주 na : (현숙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레이션이 흐른다) 엄마가 쓰러지시고 6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엄마가 쓰러지시고 처음에는 아빠도 언니도, 내가 엄마 곁에 갈 시간도 없게 극성으로 간호했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은,(잠깐 쉬고) 아빠도, 언니도 지쳐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의사는 수술은 항상 성공했다고 하는데, 엄마상태는 갈수록 더 나빠지고 뇌에는 물이 찹니다. 2차 수술하고 오늘을 3차로 머리에서 심장까지 호수를 연결하는 수술을 한다고 합니다. 머리에 고인물이 심장 쪽으로 흘러가게 말입니다. 그런데, 그러고도 뇌에 물이 고이면 이젠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하네요.. 살가운 말 한마디 할 줄도 모르는 우리엄마. 그렇게 깔끔하고 자존심 강하던 우리엄마.. 그 엄마가 지금 많이 아파요. 그런데. 나는 왜 가족들이 서로 힘들어 하는 모습이 더 아플까요?

현주가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

#4. 대포 집

한수와 한수친구 대림이 함께 소주를 마시고 있고 주방에서는 퉁퉁한 여자가 찌개를 끓이고 있다. 대림의 얼굴에는 심술이 가득 들어있고, 눈빛이 매우 음산하다.

대림 : 어차피 갈 사람한테 왜 또 돈을 들여.. 그냥 편하게 가게 놔두지.(소주를 마시고 잔을 한수에게 준다)

한수 : (잔을 받고 대림이 소주를 채운다)그래도 그게 되나. 애들 엄만데..

대림 : 애들 엄마라도 그렇지.. 남은 사람은 살아야 할 것 아니야?(깍두기를 집어 먹는다)

한수 : (소주한잔 마시고) 그래도 그느머 정이 뭔지....

대림 : 야.. 이 답답한 친구야. 지금까지 들어간 수술비가 얼마야? 자네 퇴직금 거기다 다 넣을 건가? 그렇다고 정상으로 될 것도 아닌데..뭐 하러 돈 더 디밀어? 그냥 그 돈으로 맛난 것이나 좀 더 사주고 보내지..

한수 : (깊은 시름) 작은애가 유난히 지 엄마에게 집착하네.. 병원비 자기가 다 댈 테니 그만둔단 소리만 말아 달래.. 제 엄마가 제주도 한번 가고 싶다고.

대림 : 개가 원래부터 좀 애가 까탈스러웠잖아. 갠 누굴 닮아 그리 표독스러운지...(한수 눈치 살핀다)

한수 : 갠.. 나 안 닮았어. 지 애미야.. 우리 집에서 그래도 제일 똑부러지게 지 앞길 챙기는 녀석인 줄 알았더니.. 지 애미앞에서는 그렇게 감성적일수가 없네...

대림 : 난.. 개 싫더라.. 왠지 애가 눈매가.. 쪽 찢어져가지고..

한수 : (술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거 남의 딸 가지고 너무하는 거 아닌가?

대림 : (뜨끔.) 아니 뭐. 내가. 자네 딸을 흉보자고 한것도 아니고..

한수 : 자네.. 개한테 그러면 못쓰네.. 자네 딸 등록금 해주고, 나 내 딸 유학가는거 막았던 사람이야.. 개가 어디 머리가 모자라 유학을 못갔는줄 알아?

대림 : 알쥐.. 뭐.. 누가 모라나?(비굴하게)

한수 : 자네. 딸.. 등록금 대주고나니 내딸 유학간다고 하는데 선뜻 그래라 소리가 안나오더구만. 아르바이트 하면 7년 걸리는데 자기가 아르바이트 안하고 공부만 해서 4년안에 박사되서 나올테니 1년만 생활비 보태달라고 하는거.. 그거.. 못해줬어...

대림 : 기집애가 유학은 무슨.. 좋은 신랑 만나면 됬지..

한수 : (대림을 노려보고) 그래서 자네딸은 작년에 미국으로 갔나?

대림 : (말까지 더듬는다) 아니.. 그건.. 그건.. 개가.. 약사니까.. 지.. 돈으로.. (반색)그런데 왜 남의 딸 미국간거 가지고 시비야? 배아프면 솔찍히 배아프다고 하면 될 것을..

한수 : (일어난다) 난 좀 눈부치고 일 가야하니.. 그만 감세...(한수 계산하고 나간다)

한수가 나가는 뒷모습을 여주인이 유심히 보더니 대림의 앞에 앉는다.

여주인 : (한수나간 문을 돌아보고) 그런데 방금전 나간 양반 표정이 많이 어둡네요..

대림 : 그래 보여요? 그친구. 남자 홍살문 감이니 원.. 요즘 세상에 ...

여주인 : 무슨일인데요..

대림 : 작년에 명퇸가 뭔가 하자마자 마누가 쓰러져서 병원신세지고 있는데. 세 번의 수술에 수술비가 엄청 나왔는데.. 결국은 온전하게 못났고, 얼라가 됐는데... 그런 마누라 못버리고 저러고 미련을 떨고 있으니.. 원

여주인 : 참.. 말도... 모.. 고따구로 해요.. 그럼 마누라 병신 됐다고 갔다 버려요?

대림 : 근게 아니고... 그런 마누라 때문에.. 혼기 꽉찬 딸래미까지 일하던거 다 포기하고 지 엄마 병수발한다고 딱 달라붙어있지. 또 작은 딸래미는 돈벌어서 생활비에 병원비에 대고 있지.. 아주.. 내가 옆에서 보기만 해도 속이 답답해... 내가 한수 마누라라면 그냥 꽉 혀라도 깨물어 죽었을거야.. 자기 하나 때문에 식구수대로 다 저게 뭐냐고..

여주인 : 그래요??? 그래도 난 부럽네요...

대림 : 부럽긴 개뿔... 자기 발로 걷지도 못하고 오줌팍팍싸는게.. 뭐가 부러워?

여주인 : 어찌 참새가 봉황의 뜻을 알리오..(소주를 마신다.) 캬.....

대림 : 봉황.. 허.. 참....

두 사람 주거니 받거니 하다 뭔가 일을 꾸미는 듯한 표정으로 둘이 소곤다는 장면에서 fade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