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다고 했던가.
나는 단지 그의 존재 자체로 가슴이 설레었고
그와 함께 하는 시간만으로 즐거웠으며
더 이상의 바람도 욕심도 없었다....처음엔...그랬다.
그에게선....유부남의 흔적이 없었다.
그를 만나면서 그가 기혼자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고
무엇보다 열네 살이라는 나이차이 역시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내 또래의 젊은 남자들보다 이해심과 배려가 깊었고
생활의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그와 함께 있으면.....나는 ....언제나 공주였다.
그는 나를 극진하게 대해줬고....무척이나 이뻐했다.
그에게 난....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그를 만나면 설레이던 감정은 언젠가부터 그와 헤어지는 순간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게 했다.
그가 내 곁에 없는 몇 시간이 점점 더 견디기 힘들어졌다.
나는 그를 만날 수 없는 일요일이면, 그를 잠시라도 잊기 위해
친구를 만나고 승현을 만났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그의 생각뿐이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나는...내가 무척 이성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감정에 휘둘려 이성이 마비될 줄은 ....정말...꿈에도 몰랐다.
그와의 만남이 내게 고통이 될 줄....어찌 짐작이나 했을까...
그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자....난...그의 부인이 궁금해졌다.
그리고...그녀가 미웠다.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그녀가 정말 미웠다.
그를 바깥으로 돌게하고, 그보다 아이들을 더 사랑한다는 그녀가 미웠다.
아이들 때문에 그를 집에도 늦게 들어오게하고 아침밥도 챙겨주지 않는다는 그녀가
나는 너무 미웠다.
그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얼굴도 모르는 그의 부인이 더욱 미워졌다.
나는 이제 더 이상 2년 전의 내가 아니었다.
그와 와인바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나는 사랑을 하는 기쁨과
사랑을 받는 기쁨을 알게 되었지만....사랑은 핑크빛만은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사랑하기에 눈물 짓는 날이 생겼고...가슴 아픈 일도 있었으며...커다란...비밀도 생겨버렸다.
내 사랑을 맘 놓고 자랑하지도 못했고 떳떳하게 친구들 앞에 소개시킬 수도 없었다.
그는....그림자가 되고 말았다...
나 역시...그의 그림자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었을 뿐이다.
나는 그가 집에 돌아가면 무얼하며 지내는지 궁금해서 조바심이 났다.
투명인간이 되어 그를 따라가고 싶기도 했다.
그 역시 나를 조그맣게 만들어 호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싶다고 했다.
어디든 데리고 가고싶고...언제든 함께 있고싶다며...
그러나 우리는...마법에 걸린 연인처럼 12시가 되면 헤어져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