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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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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BY 유빈 2010-09-03

“근데 저녁을 왜 집에서 안 드시고 여기서 혼자 드시고 그랬어요?

저는 팀장님이 항상 칼퇴근해서 가시기에 참 착실한 남편이구나 했었는데...”

와인 몇 잔에 알딸딸 취기가 올라오는 듯 하다.

“집에 일찍 못 들어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일찍 못 들어가다니요?”

“집사람이 내가 일찍 집에 들어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특히 아이들 시험기간엔 말야.”

“...............무슨....?”

“하하하 말해놓고 나니 좀 그렇네....이거 오늘 내 체면 완전 구기겠는 걸.”

그는 민망한 듯 하던 말을 멈추고 와인잔을 마저 비웠다.

“그래, 오늘은 내가 지영씨 앞에서 하소연 좀 하자.

그동안 지영씨한테 저녁 같이 먹자고 하고 싶은 걸 내가 무지 참았거든.

날 한심한 놈쯤으로 여길까봐.“

“팀장님 혼자 저녁 먹는 거 알았으면 제가 얼마든지 같이 먹어줄 수 있었는데...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군.

실은 아이들이 나를 너무 좋아해.

너무 좋아해서 내가 집에만 들어가면 정신을 못차리지.

세 놈이서 어찌나 달라붙는지...하하하

그러다보니 시험기간엔 집사람이 아예 늦게 들어오라고 하더라구.

공부에 방해된다고.“

“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이들 시험공부때문에 남편을 늦게 들어오라고 그런다구요?”

“지영씬 아직 미혼이니까 이해 못할 수도 있겠지만 여잔 결혼하면 변하더라구.

남편보다는 아이가 우선인 것 같아. 모든 생활이 아이 중심으로 흐르지.“

“그래도.....”

“처음엔 집사람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이가 점점 커가고 좀 잘한다싶으니 더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아.

거기다 이번에 둘째까지 중학생이 되었으니 우리집은 그야말로 면학분위기지.

시험기간이 따로 없다니까. 일찍 들어가도 괜히 편치 않아서 일부러 밖에서 저녁먹고 운동도 하고

시간 좀 때우다 12시 넘어 들어가는 편이야.”

“근데....그동안 저녁 약속 한번 없이 일찍 가지 않으셨어요? ”

“.........그냥.....지영씨랑 같이 퇴근하고 싶어서.....”

아......가슴이 두근거린다....이 사람도 혹시 나와 같은 마음인 걸까......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