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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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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BY 유빈 2010-08-21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코끝을 스치는 싸한 공기가 상쾌하다.

골목 입구에 정차되어 있는 은회색 자동차가 그지없이 반갑다.

문을 열자 그가 즐겨듣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서 와.."

"크리스마스 연휴 잘 보내셨어요?"

"응.....뭐.....지영씬 재밌게 보냈어?"

"네...매년 친구들이랑 보내거든요..

근데 올 핸 제일 재밌었던 거 같아요..."

어느새 나는 말이 많아지고 있다.

처음엔 같이 차를 타고 다니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수줍기도해서 아무 말 없이 회사까지 오가곤 했는데

어느 사이 나는 그를 못 본 몇 일...또는 몇 시간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쫑알거리게 되었다.

그는 간간히 웃으며 나의 말을 경청한다.

웃을 때 드러나는 그의 이가 가지런하다.

여전히 말끔한 차림의 그.

슈트가 참 잘 어울리는 그.

한번도 그의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느 술자리에서도 항상 단정함을 잃지않고 마지막까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챙겨서 보내는 그.

"저기.....선물.....잘받았어요....

근데, 너무 뜻밖이라......"

나는 오늘 아침도 그가 선물해 준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있다.

차에 오를 때 그가 이미 봤을테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군...잘 어울리네."

그가 흡족한 듯 미소짓는다.

"저........."

"..........?"

그한테 묻고 싶은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간 보내왔던 선물상자며 오페라 CD며...

어떻게 말을 꺼낼까 망설이는 사이 회사 앞에 다다르고 말았다.

"나한테 할 말이 있어 보이는군.....?

실은 나도 지영씨한테 할 말이 있어.

오늘 시간 괜찮으면 저녁 같이 할까?"

아.....나의 가슴은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그와의 데이트라니....

그는 단지 저녁식사나 같이 하자고 제의했을 뿐이지만 그와 단둘이 저녁을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어 어쩔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