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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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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BY 유빈 2010-08-13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모두의 얼굴에 아이 같은 설레임이 묻어있다.

크리스마스가 토요일이라 일요일까지 연휴가 되어 더더욱 즐거운 표정들이다.

하지만 난 왜 이리 마음이 허전한 걸까.

팀장님과 카풀한 이후 휴일보다는 차라리 출근하는 날이 더 즐겁고 기다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이나 팀장님을 못 볼 걸 생각하니 마음이 자꾸만 울적해진다.

저녁모임 때문에 각자 퇴근하기로 했는데 미처 인사도 하기 전에 팀장님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친구들과 어울려 그런대로 보내겠지만 앞으로 남은 이틀은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하다.

무심코 맨 아래 칸 서랍을 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건?”

붉은 바탕에 황금빛 꽃무늬가 도드라진 포장에 초록색 리본으로 멋을 낸 선물 상자가 놓여있다.

그 날 이후 더 이상 선물 상자가 서랍 속에 들어 있지 않았었다.

누군지도 알 길이 없었으므로 미자랑 하나씩 포장을 뜯어 쵸콜렛이며 사탕, 쿠키 같은

달콤한 간식을 실컷 먹었더랬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는데....

“언니, 안 가?”

미자가 나가다 말고 문 앞에서 나를 부른다.

“응, 먼저 가...난 약속 시간이 좀 남았네...조금 있다 나갈게.

즐거운 주말 보내고 월욜 보자.”

왁자하던 사무실이 모두들 나가고 나자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졌다.

서랍에서 선물상자를 꺼내 천천히 포장을 풀었다.

겉포장지를 벗겨내자 또 다른 상자 하나와 CD가 나온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

6번 트랙에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이........있다....

‘...............!’

또 다른 상자를 열어 본다.

오렌지빛 글라데이션이 멋스러운 스카프.....그리고 카드 한 장.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요.

                               한 태준’

까닭 없이 눈물이 핑돈다.

팀장님한테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꽁꽁 숨겨놓은 마음 한 자락 자칫 들킬까봐 애써 참았는데...

기어이 눈물 한 방울이 툭...떨어진다.

이 마음이 기쁨인지 안도감인지 알 수 없다.

스카프를 꺼내 목에 둘러본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급히 벽에 걸려있는 거울 앞에 다가선다.

조금 전까지의 그늘은 온데간데없이 화사해진 얼굴이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