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선물상자들을 커다란 쇼핑백에 챙겨 넣고 나자 또 한 번 한숨이 나온다.
그동안 미루고 있었지만 더 이상 망설이기만 할 순 없었다.
선물상자의 주인이 박대리라는 걸 안 이상 다시 돌려줘야할 것 같았다.
회식날 이후 박대리는 전처럼 자주 우리 사무실에 오지도 않았지만 나 역시 마주치는 게 불편해
피해서 다니느라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옥상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선물상자들을 전해주고 확실하게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마주보고 전해 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언니, 도대체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어대? 무슨 일 있는 거야?
어? 그건 다 뭐야?”
“잠깐 나가서 차 한잔 할래?”
그동안 미자한테 말하지 않은 건 괜한 추측으로 곤란한 상황이 생길까봐서였다.
하지만 이제 누군지 안 이상 미자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우와~그러니까 이게 다 그동안 박대리님이 언니한테 매일 갖다바친 선물들이라고?
근데 왜 안 뜯어본거야? 이게 다 뭘까?”
“누가 보낸 건 지 모르는 걸 어떻게 뜯어봐..
그리고 이젠 누가 보낸 건 지 안 이상 돌려주려구...”
“왜? 박대리님 정도면 괜찮지 않아?
성격 좋구, 일 잘하구...아....언니 스타일이 아닌가? 거...보호해 주고싶은 스타일?”
“야! 너, 나 놀리는 거야? 뭐 좋고 싫고를 떠나서 같은 회사사람은 좀 불편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신경 쓰이고, 만약 사귀다 헤어지면 그 여파도 감당 못할 것 같구....”
“언니도 참....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은 회사 다니면 더 자주 볼 수 있고 좋지뭐...하여튼 까다롭다니깐.”
“근데...이걸 어떻게 돌려줘야할 지 모르겠다.
나, 박대리랑 둘이 만나는 거 너무 불편해...
얼굴 대놓고 싫다고 주기도 뭣하고....어쩌지?”
“그럼, 내가 갖다줄까?”
“그래 줄래?”
박대리한테도 미안하고 미자한테도 미안했지만 가능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정대리한테 전해줄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더 어색할 것 같았다.
쇼핑백을 들고 간 미자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대로 들고 들어왔다.
“언니, 언니!”
호들갑스럽게 나를 부르던 미자는 슬쩍 주변 눈치를 보더니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박대리가 아니래!”
“...........응?”
“선물 준 사람 박대리가 아니래. 누구지? 누가 또 언니 좋아하나봐!”
이런.....잘못짚었나보다.
이런 상황이 생길까봐 그토록 조심했던건데....
그런데......그럼 도대체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