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까치소리가 요란하다.
못 먹는 술을 주량보다 많이 마신 탓도 있지만 사무실 사람들 얼굴 보기도 그렇고
정대리나 박대리를 어찌 대해야할지 난감하기도 해서 정말 오늘 하루는 출근하기가 싫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데 까만 꽁지를 흔들며 까치 두 마리가 장난하듯이 내 앞을 비껴간다.
잠시 마음이 가벼워진다.
특별히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아침에 까치를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까치가 날아오른 나무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려는데 골목 입구에 낯익은 은회색 자동차가
눈에 들어온다.
‘어...? 저 차는....?’
차 앞으로 다가가자 창문이 스르륵 소리도 없이 내려간다.
“어제 술을 많이 마신 것 같길래 걱정도 되고 지나는 길에 혹시나 들려봤어. 어서 타지.”
“아.....네......감사합니다..”
얼떨결에 차에 오르자 팀장님은 작은 종이봉투 하나를 건네준다.
봉투 안에는 숙취해소음료와 녹차캔이 들어있다.
“속은 좀 괜찮나? 지영씨 그렇게 술 먹는 거 어제 처음본 거 같은데....”
“죄..죄송합니다. 이렇게 신경 써 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죄송하긴...내가 괜히 어제 그런 자리를 만들어 지영씨 난처하게 한 건 아닌가싶어 미안한걸.”
“..............”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앞만 바라보다가 슬쩍 곁눈질을 하여본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가까이에서 팀장님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 반듯한 이마와 콧날, 강인한 턱선....눈부시게 하얀 와이셔츠깃....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단정함이다.
두근...
그리고...핸들을 잡고 있는 그의 손가락이 무척 섬세해 보인다.
두근...
은은한 스킨향기가 괜스레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건 뭐지....?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알 수 없는 설레임이 당황스럽다.
“괜찮다면......어차피 지나다니는 길이니까 같이 타고 다니는 건 어떻겠나?
저녁 약속 없으면 같이 퇴근하면 되고 아침엔 7시 50분까지 데리러 오지.”
“네......?”
“왜? 불편한가?”
“아, 아니...제가 불편한 게 아니고 팀장님이 번거로우시잖아요... 괜히....”
“괜찮아, 어차피 혼자 다니기 심심했는데 지영씨만 괜찮으면 같이 다니도록 하지.”
아......도대체 이 설레임은 무엇이라 말인가.......
왜 이리 가슴이 뛰는지.....
나에게.....첫사랑이란 게 있었을까......?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이런 설레임.....이런 가슴 두근거림.....
이런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