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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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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BY 유빈 2010-08-01

열흘 째 계속되고 있다.

아침에 출근해 서랍을 열어보면 항상 새로운 작은 선물 상자가 놓여있다.

일요일을 제외한 아홉 개의 선물상자가 어느새 서랍 안에 빼곡히 들어찼다.

여고시절 친구들과 재미로 했던 마니또게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를 위한 수호천사처럼 몰래 선물을 가져다 놓고 나를 지켜보고...

누굴까 궁금하기도 하고 잠시 설레기도 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한두 번은 그러려니 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선물을 놓고가는 것도 그렇거니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것도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못되었다.

알지 못하는 이의 선물을 무턱대고 받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선물상자를 뜯어보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었다.

내 나름대로의 거절의 표시였다.

뜯어보지 않은 선물상자를 본다면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도 또 다른 선물상자가 놓여있다.

어쩌면 좋을까....도대체 누구지....?

잠시 사무실을 둘러본다.

미스 서는 어제 늦도록 회의를 하느라 미처 다 치우지 못한 회의실 테이블을 치우고 있고

윤주임과 정대리는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무언가 열심히 논쟁중이다.

이 사무실에서 미혼 남자라고는 윤주임과 정대리 뿐이다.

설마 저 두 사람 중 한 명일까....?

윤주임은 미자가 오래 전부터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 역시 두 사람이 잘되길 응원하고 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윤주임이라면 미자의 상처가 클텐데....아니,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한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정대리뿐인데, 그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가끔 여자친구 자랑도 하고 선물로 뭘 해주면 좋겠냐고 자문을 구하기도 했었다.

주변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도 힘들다.

차라리 누군지 직접 나타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저녁 회식 있는 거 다들 알지? 어제 회의하느라 늦게까지 일들 했으니까 오늘은 일찍 마무리하고 나가자구.”

팀장님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린다.

혹시 오늘 회식이 끝나면 누군가 고백해 오려나...그런 생각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