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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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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BY 유빈 2010-07-30

아침부터 엄마의 잔소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엄마...제발....”

“아니, 도대체 그 청년이 왜 싫은데? 수민이아줌마 말로는 그만한 청년 없다는데...

그러지 말고 한번만 더 만나봐. 그래도 정 싫으면 다른 맞선 한번만 더 보자, 응?”

“엄마는 도대체 왜 나 시집 못 보내서 안달인데? 내 나이 이제 겨우 스물여섯인데 뭘 벌써 그렇게 난리냐고?”

“이 놈의 기집애가..네 나이가 작은 줄 아니? 스물여섯 지나면 금방 일곱되고 여덟되고...눈 깜짝할 새에 아홉된다고 이것아!”

엄마의 억지는 도저히 말릴 재간이 없다.

내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던 엄마가 어찌 저러실까...

“내 친구들 중에 아직 아무도 결혼 안했어. 요즘은 다들 늦게 가는 추세란 말이야.”

“말 잘했다. 네 친구들은 전부 애인이라도 있잖냐..그러게 누가 지금 너 보고 시집가래?

그냥 선봐서 짝지라도 하나 만들어두란 말이지. 응?”

그러고보니 연애 한번 못 해본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승미는 대학 1학년 때 미팅으로 만난 준수와 아직 만나고 있고, 준희는 조건따지며 어지간히도 남자를 고르더니 결국 여행사에 프리랜서로 일하는 가이드와 2년째 열애 중이었다.

“알았어, 알았다고...딱 한번이야.”

엄마의 잔소리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이 길밖에 없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 처음부터 통성명하며 그 어색한 시간을 다시 보내느니 그래도 한번 만났던 사람이 더 편할 것 같았다.

근데...어떻게 생겼더라....?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쪽에서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여러 번 전화가 왔었다.

차마 딱 부러지게 거절을 못하고 그냥 대충 핑계대서 거절했더니 수민이아줌마를 통해 엄마한테 말이 들어갔나 보았다.

모처럼 쉬는 휴일엔 뒹굴뒹굴 집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늘어지고 싶은데 당분간은 엄마 눈치보여 그것도 못하게 생겼다.

차라리 차승현이라는 그 남자하고 만난다고 그러면 더 이상 맞선보라는 소리는 안할테니 그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