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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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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BY 유빈 2010-07-29

들뜬 기분에 밤늦도록 호숫가에서 밤바람을 쐰게 탈이나고 말았다.

밤새도록 오한과 고열에 시달리며 앓고 있자니 엄마 생각과 집생각이 간절했다.

준비해온 해열제를 두번이나 먹었지만 열은 좀체로 가라앉지 않고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다.

"어머..언니 어떡해...이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나 땜에 괜히 와서..."

미자는 새벽녘에 내가 앓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 줄곧 옆에서 간호를 해주며 안타까워했다.

"언니, 잠깐만...혹시 나가는 차가 있는지 알아보고 올께..병원 가야지 이대론 안되겠어."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아득히 들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서늘한 손의 감촉이 이마에서 느껴진다.

"아니, 이 지경이 되도록 있었단 말이야? 밤늦게라도 나를 깨우지 그랬어..얼른 옷 좀 입히고 짐 챙겨둬, 나도 준비해서 올테니.."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누구 목소리더라......아....팀장님....

팀장님 목소리가 저렇게 듣기좋은 음색이었던가...

"언니, 일어나봐...팀장님 차 갖고 오셨대..병원 데려다 준다니까 조금만 참어."

어떻게 일어났는지..어떻게 옷을 입었는지..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몽롱한 채로 누군가의 등에 업혀서 옮겨지고 있었다.

밤새도록 못자서인지 오히려 차에 타자 깊은 잠이 쏟아졌다.

문득문득 잠에서 깨면 어디선가 귀에 익은 음악소리가 마음을 저리게 했다.

'무슨 음악이더라....참...슬픈 멜로디네....눈물이 날 것같아....뭐였더라.....뭐지.....?'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수없이 왔다갔다 하다가 불현듯 눈을 떠보니 왁자한 소음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

"깼어? 사람이 미련하기는....그 정도로 몸이 안좋으면 진작 말을 했어야지..."

"아.....팀장님이 어떻게....."

그러고보니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준 그 음성도, 단단하게 넓었던 그 등의 감촉도...몇 시간동안 차를 타고 오면서 문득문득 느껴지던 은은한 체취도 모두 팀장님의 것이었다.

"죄송해요.....폐를 끼쳐드려서...."

"그런 소리 말어, 지영씨 아프단 소리에 얼마나 놀랬던지...이제 열도 떨어졌고 약도 받아놨으니 그만 가지. 집까지 데려다줄께."

"아니, 괜찮아요...여기서 그냥 택시 타고 갈께요."

"무슨 소리야, 내가 데리고 왔으니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안그래? 짐도 내 차에 있으니까 쓸데없는 소리말고 가자구."

아까는 몰랐지만 정신이 들고보니 민낯에 정신을 놓았을 내 모습이 무척 부끄러웠다.

저 만큼 앞서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팀장님의 모습이 눈부시다.